두바이, 홍콩처럼 ‘그랜드세일’로 외국관광객 유치해야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지현 기자]
외래 쇼핑관광객이 늘고 있다. 이에 따라 1999년부터 우리나라에서는 그랜드세일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초반에 미미한 성과는 해가 거듭될수록 괄목할 만한 발전을 이뤘다. 이 상황에서 가장 큰 숙제로 남은 건 이 사업을 어떻게 유지·발전시키느냐다. 흔히 관광은 ‘굴뚝 없는 산업’에 비유된다. ‘사람’ 손으로 일군 텃밭에 ‘사람’이 다녀가면 수요가 창출되는 구조로, ‘공장’이 없다는 말이다. 외국인이 방문하면 앉아서 자원을 수출하는 셈이고 이를 둘러싸고 자연스레 고용 창출도 이뤄진다. 내수경제 활성화를 논할 때 ‘관광’이 빠지지 않는 이유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9월 26일 개최된 제 29차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관광은 세계경제의 저성장에 대응하고 내수를 활성화할 수 있는 핵심 부문”이라며 “관광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그동안의 노력에 소홀함이 없었는지 되짚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간 국내 관광활성화를 논할 때 항상 봉착했던 난제가 있었다. “왜 한국인가”에 대한 답이 없었다는 점이다. 서울소재 모 대학교 관광경영학과 교수는 “왜 우리나라를 방문해야 하는가에 대한 구체성과 목적성이 결여돼 외국인들의 발길을 돌리지 못했다”고 했다. 2011년, 980만명을 찍은 외래관광객이 오는 11월 20일께 10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올해 말까지 1100만명, 2020년에는 2000만명 유치를 전망하고 있다. 관광객 1000만명 고지 달성을 목전에 둔 지금은 당초 질문에 대한 답을 내 놓을 때다. 그동안 구호처럼 외쳐왔던 ‘외래관광객 1000만 돌파’의 열매를 따는 시점인 동시에 또 다른 1000만명 달성을 위한 원년이기 때문이다. 1000만 외국인들이 ‘무엇 때문에’ 방한했는지, 그 패턴을 살펴본다면 향후 2000만 관광객 유치 또한 기약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외래관광객들의 발걸음은 다름 아닌 ‘쇼핑’에 집중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외래관광객실태조사’에서 제시한 ‘방한 시 고려요인’을 2007년부터 2011년까지 분석해 보면 2007년에는 ‘가까운 거리(45.4%)’가 가장 많았으나 2008년부터는 계속해서 ‘쇼핑’이 1위를 차지하고 있다. 2011년 조사에 따르면 쇼핑이 66.6%의 응답률로 압도적인 수치다. 방한기간 중 가장 많이 활동한 부분도 쇼핑이었다.
쇼핑 만족도는 5점 만점에 4.12점. 이는 2010년의 4.09보다 소폭 상승한 수치다. 최경은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외국인의 방한관광 선택 고려 요인과 방한기간 중 활동을 분석한 결과, 쇼핑이 가장 주요한 흡인요인인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한류의 영향으로 대한민국이 쇼핑관광 목적지로 떠오르고 있다”고 언급했다. 한편, 관광 지출은 2010년 대비 4.9% 증가해 150억 달러(약 16조원)를 기록했다. 2011년 기준 1인당 관광수입은 1250달러(약 138만원)로 전년 대비 6.6% 증가했고 1인당 관광지출은 1181달러(약 130만원)로 전년에 비해 3.2% 증가했다. 코리아그랜드세일, 비수기 관광 효자 노릇 톡톡외래관광객의 양상을 파악했다면 그들이 한국이라는 텃밭에서 맘껏 뛰놀 수 있도록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가야 한다. 몰려드는 외래 쇼핑관광객을 ‘혹’하게 하는 장치로는 ‘세일’만한 게 없을 터. 실제로 홍콩,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 두바이 등지에서는 일찍이 그랜드 세일을 개최, 쇼핑매력지로서의 입지를 다져왔다. 특히 홍콩의 경우 매년 7월부터 두 달 동안 그랜드 세일을 개최하고 있다. 면세지역이라는 이점을 살려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으며 빠른 신상품 입고 또한 경쟁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명실상부 제1의 그랜드 세일 국가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이유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홍콩에서는 그랜드 세일을 국가적인 차원의 핵심사업으로 인식하고 있다”면서 “최근에는 중국 경제의 급성장으로 우방효과 또한 톡톡히 누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두바이의 경우에도 국가가 강제력을 가지고 주도적으로 페스티벌을 진행하기 때문에 추진력이 남다르다. 세일 참여를 원하는 업체는 참가비를 내며 이를 위한 펀드가 조성되기도 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모든 게 ‘자발적인 참여’로 이뤄진다. 물론 홍콩과 싱가포르, 두바이 등은 쇼핑국가로 거듭나기가 용이한 환경인 ‘면세국가’라는 점에서 우리나라와 사정이 다르다. 때문에 무조건적인 벤치마킹보다는 우리만의 색을 입히는 게 요구된다. 그렇게 출범한 게 ‘코리아그랜드세일’이다.코리아그랜드세일은 매년 관광비수기인 1~2월에 걸쳐 개최되는 행사로 1999년부터 진행되고 있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며 업체에 따라 5~50%의 할인율 또는 사은품을 제공한다. 2010년부터는 (재)한국방문의해위원회가 주관하고 있으며 올해는 1월 9일부터 2월 29일까지 52일간 개최됐다. 서울 포함 부산, 강원, 제주 등 6개 지자체에서 치러졌고 성과도 좋다. 올해만 2만9000명의 관광객을 끌어들였고 약 345억원의 매출액을 올렸다.
2011년 매출보다 185%p증가한 수치다. 참여점포 또한 전년대비 62%p 증가한 약 2만2000개를 기록했다. 김홍구 (재)한국방문의해위원회 마케팅팀장은 “사업 초기에는 업체 측에서 세일에 참여하는 것이 실적 상 도움이 되겠느냐며 긴가민가했지만 지금은 먼저 참여하겠다고 나서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당초 전제했던 ‘자발적 참여’가 서서히 결실을 맺고 있는 모습이다. 이는 업체 측에서도 매출액 증대 및 홍보효과를 톡톡히 봤기 때문에 가능했다. 실제로 몇몇 업체에서는 세일 참여 후 실적을 자체적인 보도를 통해 밝히기도 했다. 현대백화점은 올해 세일 기간 동안 외국인 매출이 전년 동기 에 비해 70% 늘어났고, 중국인들이 주로 사용하는 은련카드 매출의 경우 180% 증가했다고 전했다. 신세계백화점 또한 외국인 매출이 69% 증가했다면서 은련카드 매출도 142% 증가해 전체 평균 신장률을 2배 넘게 웃돌았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2012년 1월 방한 외래객은 전년동기비 29%, 관광수입은 21% 증가했다”면서 “또, 참여업체의 매출 성장률은 약 200%에 달해 코리아그랜드세일이 참여업체에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위원회 주최로 세 차례 개최되는 동안 투입된 사업비용은 실제 매출액에 비해 극히 미미하다. 김홍구 팀장은 “구체적인 사업 지원 비용을 밝힐 수는 없지만 저비용으로 최대의 매출증대를 끌어냈다고 자평한다”고 설명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번 행사의 성과에 대해 “전년에 비해 한층 차별화된 전략이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차별화전략으로는 할인 혜택뿐만 아니라 사은품, 상품권 증정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했다는 점과 문화 콘텐츠를 활용한 거점이벤트와의 연계한 점 등이 꼽혔다. 코리아그랜드세일은 1999년 출범이래 업체의 낮은 참여율, 부정기적인 행사진행, 주최기관의 변동 등 시행착오를 겪어 왔다. 그러던 2010년, 민간단체인 (재)한국방문의해위원회가 사업을 전담하면서 본격적인 마케팅에 돌입했다. 보다 많은 업체의 참여를 위해 발품을 팔았다. 산발적으로 흩어졌던 지역축제를 하나로 묶고 이를 쇼핑과 연계시켰다. 관광객들을 위한 선물꾸러미에 갖가지 콘텐츠를 담았고 관(官)의 외교채널을 동원해서 홍보활동을 전개했다. 오는 2013년에도 행사는 개최된다. 1월 11일부터 2월 28일까지 49일간 6개 자치단체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전년과 다르게 외국인관광객뿐만 아니라 ‘거주 외국인’까지 세일 대상에 포함시켜 내수 진작 폭을 넓힐 예정이다. 참여업체 또한 기존 77개 브랜드, 2만2800개 점포에서 나아가 85개 브랜드, 2만3000점포로 확대할 방침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지자체별 ‘전통시장 활성화’에도 신경을 썼다는 점이다. 김홍구 팀장은 “시장경영진흥원과의 협업으로 전통시장의 참여 또한 유도해 대한민국 구석구석 어디에서나 세일 축제를 즐길 수 있게 할 것”이라면서 “이 행사는 단순히 특정지역에서 실시되는 차원이 아닌 범국가적 차원의 축제로 이해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코리아그랜드세일이 성공적으로 자리 잡게 되면 관광수지 적자구조 개선뿐만 아니라 관광한국으로서의 이미지 구축, 내수경기 활성화 등 국가 차원에서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시행착오와 거듭된 보완작업으로 초석마련은 끝났다. 이제 이 사업을 얼마만큼 유지하고 발전시키느냐가 관건이다.미니인터뷰 | 김홍구 (재)한국방문의해위원회 마케팅팀장“코리아그랜드세일, 뿌리내리려면…’
2013년 코리아그랜드세일은 좀 더 폭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의 브랜드위주 매장만이 참여하는 게 아니라 각 지자체의 전통시장까지 참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시장의 경우에는 할인율 적용이 아닌 ‘덤’ 행사 및 음식체험 등 즐길거리 위주로 선보일 예정이다. 외국인들에게 우리만의 독특한 ‘정’문화를 알림과 동시에 전통시장살리기에 일조하겠다는 취지다. 이를 위해 시장 정보가 자세히 게재된 브로셔가 제작되며 공통된 로고가 새겨진 현수막 및 쇼핑백 등이 축제분위기를 돋울 계획이다. 전통시장 뿐만 아니다. 김홍구 팀장은 “이태원, 인사동 등 관광특구의 작은 상점 등까지도 세일 행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면서 “이는 ‘그랜드 세일’이라고 해서 단순히 할인 혜택을 받는 게 아니라 ‘문화체험’까지 아우를 수 있도록 하는 차원”이라고 밝혔다. (재)한국방문의해위원회는 민간단체로 구속력이 없다. 때문에 참여 여부와 할인율 모두 업체 측에서 결정한다. 할인율 적용이 녹록치 않은 업체의 경우, 원플러스원 또는 사은품 제공 등의 혜택으로 대체할 수도 있다. 위원회 주관으로 2013년, 4회째를 맞이하는 코리아그랜드세일은 해가 거듭할수록 괄목할만한 성과를 기록해 왔다. 하지만 난관을 앞두고 있다. 2010년부터 이어졌던 한국방문의해가 올해 종료되면서 이를 위해 출범한 위원회의 사업 또한 곧 마무리된다. 위원회는 2013년 코리아그랜드세일을 마지막사업으로, 2013년 6월까지만 존속한다. 전담 기관 교체를 앞두고 있는데 현재까지 바통을 누가 이어받을지 미지수다. 위원회가 타이틀을 바꿔 코리아그랜드세일을 전담하는 기관으로 변모할 지, 혹은 타 기관에서 맡게 될 지는 두고봐야한다. 김 팀장은 “코리아그랜드세일은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수준”이라면서도 “향후 타 기관으로 이관된다고 해도 어느 정도 발판 마련을 해 놓은 상태이기 때문에 지속적인 발전 여지는 충분하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현재 절실한 건 무엇보다 참여업체의 확대”라고 말했다. 김 팀장은 또 “관광은 숙박, 음식, IT, 도로 등 모든 산업이 얽혀있는 광의의 산업”이라면서 “따라서 코리아그랜드세일은 하나의 국가기관보다는 각 주무부처 인력을 총집합한 독립된 기관에서 견인차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코노믹 리뷰 박지현 jhpark@<ⓒ 이코노믹 리뷰(er.asiae.co.kr) - 리더를 위한 고품격 시사경제주간지,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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