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지선호 기자] 영화 '도둑들'을 방불케 한 '떼강도단' 일당의 전말이 밝혀졌다. 현직 경찰관과 특수부대 출신 중국인까지 등장한 이 사건에서 관련자들은 역할을 분담해 범행을 치밀하게 모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지검 동부지청 형사3부(김욱준 부장검사)는 강도 범행모의에 가담한 혐의(강도예비 등)로 자동차 판매원 김모(45)씨, 폭력조직 두목 박모(42)씨, 현직 경찰관 유모(54)씨와 전문 강도범 정모(42)씨를 구속기소했다고 17일 밝혔다. ◆직접실행·정보제공·가담자 공급책…철저한 역할 분담검찰에 따르면 사건의 시작은 지난 2010년 1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문 강도범인 장모(58)씨는 공범 3~4명과 함께 2010년말부터 서울과 부산의 유명 재력가 자택을 골라 4차례에 걸쳐 수십억원의 금품을 빼앗았다. 장씨는 2002년 현대그룹 대북송금사건 핵심인물인 김영완(59)씨의 집에서 180억원대 금품을 털어 징역 7년을 선고 받았던 전력이 있었다. 그러나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강도 사건들은 장씨 혼자만의 작품이 아니었다. 범행 대상을 물색하고 정보를 제공한 김씨, 함께 범행에 가담할 실행범을 알선한 박씨가 배후에 있었다. 특히 김씨는 자동차 세일즈맨이라는 직업상 특성을 이용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부유층을 상대로 자동차를 판매하면서 운전기사를 통해 범행 대상 집안의 내부구조와 가족수, 금품보관장소 등 정보를 수집했다. 또 조직폭력배 두목인 박씨는 장씨에게 함께 범행에 참여할 폭력배들을 소개했다.◆현직 경찰관·특수부대 중국인까지 등장범행을 함께 모의하고 실행에 옮겼던 장씨가 강도사건으로 경찰에 검거됐지만 김씨는 또 다른 범행을 모의했다. 김씨는 올해 4월 현직 경찰관 유씨, 전문강도범 정씨 등과 함께 A기업 회장집을 범행 대상으로 삼고 역할을 분담했다. 경찰관 유씨는 대포차량, 대포폰을 마련하는 역할을 맡았다. 폭력조직 두목 박씨는 이번에도 범행을 실행에 옮길 사람을 구했다. 박씨는 특수부대 출신 중국인 3~4명을 입국시켜 범행에 가담시킬 계획까지 마련했다. 검찰 조사결과 경찰관 유씨는 투자실패 등으로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던 중 김씨로부터 강도범행에 대한 제의를 받고 합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범행 계획 초기에는 범행에 쓸 총을 반출하려고 했지만 실행에 옮기기 어렵게 되자 대포차, 대포폰을 마련하는 역할로 변경한 것으로 전해졌다.하지만 이들의 범행계획은 실행 직전에 검찰에 탄로났다. 앞서 장씨가 벌인 강도사건을 추적하던 검찰이 총지휘책을 맡은 김씨를 수사 하면서 범행 계획 등이 담긴 녹음 파일을 휴대전화에서 발견했던 것. 검찰은 또 다른 공범이 있는지 추적 중이다.검찰은 "정보제공책, 총괄지휘책, 현장지휘책, 범행 및 도피지원책, 실제 강도범행 실행할 특수부대 출신의 중국인들로 구성된 사회적 위험성이 매우 큰 집단이었다"고 밝혔다.지선호 기자 likemor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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