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장학회 증거戰...朴 '나와 무관' 文 '누가 믿나'

[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정수장학회를 둘러싼 공방이 증거전으로 확전되고 있다. 민주통합당과 문재인 대선후보, 안철수 무소속 후보는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정수장학회와 밀접한 관계가 있으며 심증이 충분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박 후보는 정수장학회는 자신과 무관하다는 기존의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그러나 새누리당 일각에서는 박 후보가 더이상 물증이나 법리만으로 대처해서는 안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16일 불교방송 라디오에 나와 "정수장학회는 제자리로 돌아가던지 국민이 공감하는 사회 환원이 필요하다"면서 "언제까지 박근혜 후보 재산으로 위장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자신은 무관하다는 박 후보 입장에 대해 "그것을 믿는 국민들이 누가 있겠는가"라면서 "증거는 없지만 심증은 있다"고 말했다.문재인 후보도 전날 저녁 기자들과 간담회 자리에서 "박 후보가 정수장학회 이사장을 오랫동안 하지 않았느냐. 상근도 안하면서, 연봉도 많았을 때는 한 2억원 정도 됐다"며 "지난 2007년 대선 분위기로 접어들면서 이 부분이 공격받고 부담으로 작용하니까 이사장을 그만두고 자신의 측근을 이사장으로 (앉히고), 이사들도 다 그런 분들로 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문 후보는 "이제 법적으로 이사가 아니라는 이유로 '정수장학회는 나와 무관한 것이다, 정리된 것이다'라고 하면 누가 납득하겠느냐"며 "예를 들어 부산 지역에서 좀 신망받는,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분들로 이사진을 전면 재편한다든지 해야만 통할수 있는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17일 의원총회를 열어 정수장학회 문제에 대해 거당적으로 대처한다는 입장이다.안철수 후보측도 박 후보와의 연관성을 강조하고 있다. 안 후보캠프의 박선숙 공동선대본부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박 후보 쪽에서 정수장학회 문제와 관련 없다고 하지만 최필립 이사장이 '결승의 날이 다가오는데 나도 한몫 해야 될 것 아니오'라고 말했다는 것은 박 후보 쪽의 말과 정면으로 상충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오랫동안 부산일보 등 언론계와 시민사회가 줄기차게 문제를 제기해왔음에도 불구하고 과거 자신의 비서였던 최필립씨를 이사장으로 임명하고 그 자리를 유지하게 한 데는 박 후보가 무관하다고 얘기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이에 대해 박 후보는 전날 창원에서 열린 경남 선대위 출범식 참석 후 정수장학회 질문을 받고 "저도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정수장학회 문제에 대해서는 예나 지금이나 무관하다는 입장불변이다. 하지만 당내 일각에서는 박 후보가 인혁당사건 등 과거사에 대한 입장표명처럼 전향적인 태도의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안대희 정치쇄신특위위원장은 "최필립 이사장이 객관적ㆍ중립적인 사람에게 넘기고 자진사퇴하기를 기대한다"고 공개 언급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민환 고려대 미디어학부 명예교수는 다산연구소에 기고한 칼럼에서 "실정법으로 따지자면 정수장학회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지는 정수장학회 이사회가 결정할 일"이라면서도 "그러나 이 문제를 법리로만 따질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정수장학회가 언론사 지분을 보유한 것이 공권력을 남용한 재산권 침해에 기인한다는 국가기구나 사법부의 판정을 존중한다면, 정수장학회의 언론사 지분 처분에 관한 한 충분한 사회적 공론화과정을 거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김 명예교수는 박근혜 후보를 향해 "새누리당의 대통령 후보로서 이 문제에 대해 분명한 태도를 밝혀야 한다"면서 "법리만 내세워 나 몰라라 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당당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정수장학회 문제는 이번 대선에서 박 후보에 대한 평가의 준거로 작용할 개연성이 높다"면서 "박 후보가 이 단체의 정당성에 대한 국가기구나 법원의 판단을 무시하는 것이라면, 국민은 박 의원의 도덕성이나 국가관, 역사인식 등에 대해 다시 의문을 느낄 것이다"고 전망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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