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 박지현]
아슬아슬하게 지하철에 몸을 구겨 넣는다. 북적대는 사람들 사이에서 위태롭게 서 한 자리 꿰찬다. 열차 안에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하나같이 똑같은 휴대폰을 들고 같은 게임을 하고 있다. 똑같은 동물 세 마리를 한 데 모으면 ‘팡’하고 터지는 이 게임이 요즘 만인의 게임이라지. 아침부터 곱게 화장한 아가씨, 팔에 털이 숭숭한 아저씨도 어찌나 삼매경에 빠지셨는지. 나도 덩달아, 옆에서 화면을 보다 하마터면 “여기 있네!”하며 훈수할 뻔. 애니팡. 다운로드 횟수 2000만건, 일일 사용자수 1000만명, 동시접수자 수는 300만명 돌파. 일일 최고 매출은 약 4억원을 찍었고, 월 매출은 100억원을 앞두고 있다. 출시 2개월 만의 비약적인 성과. 지극히 간단하며, 새롭지도 않은 이 게임의 인기 요인은 ‘네트워크’에서 찾을 수 있다. 카카오톡에 등록된 모든 사람이 구세주이자 경쟁자가 된다. 게임을 한 번 할 수 있는 ‘하트’를 주고 받으면 우군이 되고, 주간랭킹에 올라갈 때면 적군인 셈. 때문에 이미 헤어진 연인에게서 오밤중에 뜬금없이 하트가 오기도 하고, 17년 지기 친구였던 중학생 동창을 나보다 점수가 높다는 이유에서 카톡에서 지워버리기도 한다. 어찌됐건, 전화번호부에 ‘눌러 붙은 듯’했던 인간관계를 한번 쯤 환기시킨다는 건 좋은 것. 소문대로 관계 지향적 게임이다. 그런데 옆에 서 있는 이 사람. 술에 취한 것도 아닌데 아까부터 심하게 비틀비틀 거린다. 눈여겨보니 ‘양손 신공’을 쓰고 있다. 급정거를 하는 데도 손잡이를 안 잡는다. 신경이 마비된 건 아닌지라 누군가 밟은 걸 인지했을 텐데 나와 암묵적인 협의를 하려는 듯하다. “나 집중하고 있으니까 그냥 넘어가자.” 지하철 속 그들은 옆 사람 발치의 공간조차 외면한 채 조그마한 화면 안에서 무한한 교류를 형성하고 있었다. 역시, 관계 지향적 게임! 이코노믹 리뷰 박지현 jhpark@<ⓒ 이코노믹 리뷰(er.asiae.co.kr) - 리더를 위한 고품격 시사경제주간지,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주간국 박지현 jhpark@ⓒ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