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앤비전]경제민주화,자율성에 맡기자

세계 역사 속에서 민주주의의 성장 과정을 살펴보면 민주화와 개인의 소유권 보장 사이의 밀접한 연관성을 발견할 수 있다. 현실적 측면에서 바라보면 민주주의의 발전은 국가 권력으로부터 개인의 소유와 재산권을 쟁취하는 과정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근대 민주주의의 효시인 영국의 대헌장 역시 왕이 자의적으로 세금을 부과하던 전제정치를 벗어나 개인의 소유권을 명확히 하고자 하는 목적에서 탄생하였다. 물론 대헌장은 13세기라는 시대적 배경으로 인해 국왕으로부터 귀족의 소유권을 보호하는데 그쳤지만, 이것이 현대 자유민주주의 헌법의 토대가 되었음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영국은 대헌장을 계승한 1689년 권리장전을 통해 귀족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에게까지 소유권의 보호를 확대하게 되고, 프랑스 시민혁명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이는 시민혁명 당시 프랑스 국민회의가 발표한 프랑스 인권선언이 재산권에 대해 '인간의 자연적이고 소멸될 수 없는 권리'라 규정한 점에서 잘 드러난다.  하지만 프랑스 혁명은 민주화라는 본래의 취지와는 달리 사회주의 사상 아래 개인의 소유권을 엄격하게 제한한 자코뱅당의 독재정치로 귀결되었고, 이는 또다시 큰 혼란을 초래하고야 만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민주화가 또다시 큰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이미 국민주권과 소유권, 행복추구권 등 민주화의 핵심 요소들이 공고하게 자리 잡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또 다른 민주화, 즉 경제민주화는 무엇을 이야기하려 하고 있는 것일까?  순환출자 금지나 금산분리 등 적극적 투자와 확대경영의 결과를 탐욕의 소산으로 간주하는 분위기 속에서 기업 간의 인위적 평등을 강조하는 비시장적 인식이 '소유권의 사회화'라는 큰 흐름으로 전개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화라는 이름으로 절대평등사회를 건설하고자 하였던 프랑스의 자코뱅 정권은 부의 평등한 분배를 위해 부농과 거대 상단의 소유권 행사 및 재산 증식을 엄격히 규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성과도 거두지 못한 채 오히려 산업화에 뒤처지면서 영국에게 유럽 최대 경제대국의 자리를 내 주고야 말았다는 사실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민주주의의 역사에서 볼 수 있듯이, 경제민주화가 사회 구성원의 소유권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전개되는 것은 민주주의의 본질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국가의 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못한다. 국민의 행복추구권은 모든 사람에게 권리를 행사할 기회를 제공하는 데 있는 것이지, 소유권 등 기본적인 권리를 제한하고 부정함으로써 결과의 평등을 추구하는데 있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헌법 119조 2항에 규정된 '경제주체 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민주화'는 시장자율의 원칙을 규정한 1항의 전제 하에서 진행되는 것이 타당하다. 경제민주화는 공정한 경쟁을 촉진하고, 경쟁에서 뒤처진 약자들은 정부의 사회안전망을 통해 보호하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민주주의의 핵심 요소인 소유권을 굳이 제한하지 않더라도 경제주체 간의 조화는 얼마든지 이뤄낼 수 있다. 경쟁력 있는 대기업들이 없는 한국경제를 상상할 수 있을까. 지금도 기업들은 밤낮 없이 일하면서 외국기업과 경쟁하고 있다. 이들이 이렇게 뛸 수 있는 근본 동력은 바로 소유권의 보호라는 민주주의의 핵심 개념이다.  소유권으로부터 개인의 욕망과 창의심이 자극되고, 그로 인해 창출된 경제적 풍요를 우리 국민 모두가 함께 향유하고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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