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드라마는 끝났다' ·· 安의 정치 보여줄 때

'무엇이, 어떻게가' 없었던 50분간의 안철수 출정식

[아시아경제 김승미 기자]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대선 출정식은 한 편의 드라마와 같았다. 19일 오후 2시 56분 서울시 충정로 구세군아트홀 대강당. 무대 정면을 가리고 있던 붉은 벨벳 커튼이 걷히고 캐치프레이즈 '국민이 선택하는 새로운 변화가 시작됩니다'가 공개되자 지자자들의 박수가 터졌다. 안철수 원장은 긴장한 표정으로 회견장으로 들어왔다.오후 3시. 안 원장은 천천히 무대에 올라섰다. 그리고 그는 심호흡을 깊게 내쉰 뒤 무대에 좌우에 놓인 프럼프터를 활용해 미리 준비해온 기자회견문을 담담히 읽어내려갔다. 연설 초반 안 후보는 상기된듯 목소리가 떨렸지만 이내 안정을 찾아갔다. 안 원장이 "시대의 소명을 받아들이겠다"며 "대통령 선거에 국민의 열망을 받아들여 출마하겠다"고 말하자 지지자들은 박수로 화답했다. 기자회견에만 8번의 박수가 터져나왔고, 지지자들은 10여초간 안철수를 연호했다.무대 한편에 수화통역사 이민언씨가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안 원장의 발언을 수화로 옮겨 청각 장애인을 위해 배려를 힘쓰는 모습이었다.여의도는 이날 안철수 원장의 대선출마로 하루종일 술렁였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안철수 다움을 전혀 살리지 못했다"며 "언어도 기존의 정치권과 비슷했고, 형식도 기존 방식이었고, 시민의 여론을 최대한 부각하는 내용을 활용하는 기회를 놓쳤다"는 냉정한 평가를 내놓았다. 또다른 관계자는 "17년 정치를 해왔는데 정치를 쇄신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대해 부끄러움을 느꼈다"며 "이제 우리가 물러 가야 할 때인가"며 토로하기도 했다.여의도 평가가 엇갈렸지만 시민들에게 안철수의 출정식은 통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하루가 지난 20일 안철수 원장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댓글이 5300여개가 달렸고, 6만 4000여명이 그의 페이스북을 찾았다. 댓글 대부분은 "이번에는 꼭 투표를 하겠다", "지지한다"는 호평 일색이었다.그러나 문제는 지금부터다. 안 원장이 '정치쇄신'을 꺼내들었지만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이냐는 구체적인 답을 내놓지 못했다. 대선 주자라면 내놓아야할 '정책'도 "선거과정에서 내놓겠다"며 미뤄놓았다. 출정식의 박수소리에 안 원장이 취해서는 안되는 이유는 그래서다.김승미 기자 askm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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