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詩]윤효의 '한국정신사'

하늘 두 쪽 내며 내리꽂히는/빗줄기에는/눈 깜짝하지 않더니/하염없이 망설이고/하염없이 머뭇거리는/눈송이들에겐/제 몸 기꺼이 길게 눕혀주는/대숲,/한국정신사 제1장 제1절
윤효의 '한국정신사'■ 조선시대 남명 조식(1501-1572)은 명종임금에게 올린 상소에서 "대비 문정왕후는 생각이 깊으시긴 하나 궁궐 속의 한 과부에 불과하고 임금은 선왕의 대를 이은 고아일 뿐"이라고 표현해 왕의 노여움을 샀다. 또 그는, 퇴계 이황이 임종을 맞으면서 자신을 '처사(處士, 은둔 선비)'라고 기록해달라고 하자, "처사는 평생 벼슬을 외면하고 산중에 산 나같은 사람도 붙이기 어려운 이름이거늘 관직의 맛을 본 사람이 무슨 처사란 말인가"라고 일갈했다. 진실을 말하는 것에는 그토록 두려움없고 사납던 그였지만, 그의 시 '강정우음(江亭偶吟, 강가의 정자에서 그냥 읊다)'은 세심하기 짝이 없다. 신수정어청옥면(新水淨於靑玉面) 위증비연축생흔(爲憎飛燕蹴生痕). 봄물살 맑기가 옥빛거울인데/얄밉다 저 제비, 물을 툭 차서 생채기를 내누나. 대숲이 왜 한국정신사가 되고 남명이 왜 남명인지, 언어 속에 군인과 시인이 동거하는 정신의 치열한 아름다움. 빈섬 이상국 편집국장ㆍ시인 isomis@<ⓒ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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