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과 미국에 이어 일본도 돈 풀기에 나서면서 국제 유동성 팽창이 가속화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 6일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내 재정취약 국가를 상대로 국채매입 프로그램을 재개하기로 했고,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13일 모기지담보증권(MBS) 매입을 주축으로 한 3차 양적완화(QE3)를 발표했다. 이어 일본은행은 어제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어 자산매입기금 총액을 70조엔에서 80조엔으로 늘리기로 했다. 엔화 강세 저지와 경기 부양을 목적으로 한 일본식 양적완화 조치다.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주요 국가들이 일제히 양적완화에 나섬에 따라 대규모로 풀리는 돈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신흥시장 국가들로 몰려들 가능성이 높다. 경제침체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풀리는 돈이 소비와 투자를 통해 생산적으로 환류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팽창된 국제 유동성의 대부분은 금융시장 안에서 맴돌거나, 원자재와 같은 실물자산 시장을 기웃거리거나, 고위험 고수익의 기회가 상대적으로 많은 신흥시장 국가들을 들락거릴 것이다. 최근의 원화 강세도 세계경제의 이런 흐름에서 빚어지는 현상이다. 어제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3.5원이나 떨어져 달러당 1114.8원으로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올해 들어 최저치다. 일본은행의 통화완화 조치가 크게 영향을 미친 결과다. 이는 일본의 엔화 강세 저지 정책이 원화 강세를 유도해 우리나라의 수출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음을 뜻한다. 이런 측면에서는 중국ㆍ브라질ㆍ멕시코 등 신흥시장 국가들 대부분이 우리나라와 비슷한 처지에 놓여 있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최근 3대 국제 신용평가회사에 의해 국가신용등급이 상향 조정되면서 국제 부동자금의 주된 타깃이 되고 있다. 돈이 많이 풀리면 경기가 부양되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투기가 기승을 부리게 되고 결국은 거품과 인플레이션이 초래된다. 이런 점에서 정책당국은 국제 유동성 팽창의 영향을 주의 깊게 살피고 단계별로 시의적절한 대응을 하는 데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당장은 과도한 부동자금 유입을 억제하면서 환율을 방어하는 데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이에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내에 한두 차례 더 인하해 국내외 금리차를 좁히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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