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앞에 장애는 없다~'

지적장애아, 시각장애인에게 심리치료 효과, 대회 개최도 활발

골프를 통해 돌출행동을 억제하고 룰을 터득하면서 사회생활에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아시아경제 손은정 기자] "골프는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스포츠다."런던올림픽에 이어 지난 9일 런던 장애인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신체나 감각 장애가 있는 선수들이 출전하는 국제대회다. 4년마다 하계올림픽이 끝난 직후 같은 도시에서 열린다. 몸이 불편할 뿐 당연히 승부를 겨루는 데는 한 치의 양보도 없다. 최근 국내에서는 특히 장애인 골프가 부각되고 있다. 상류층이나 비즈니스를 위한 사치성 스포츠가 아니다. 치유가 목적이고, 그 탁월한 효과도 입증되고 있다.▲ "장애를 골프로 극복해요"= 다음달 8일 인천 영종도 스카이72골프장 드림듄스코스에서는 디컵스 지적장애인골프대회가 열린다. 최근에는 협회까지 결성된 대한지적장애인골프협회가 주관하는 대회로 올해로 2회째다. 대회에 앞서 최근에는 벌써 9차례에 걸쳐 골프입문교육도 이뤄졌다. 지적, 자폐성 장애아동이 대상이다. 이 교육에 꾸준히 참가한 한 학부모는 "아이가 이렇게 달라질 줄 몰랐다"며 기뻐했다. "지적장애를 갖고 있는데다 안짱다리가 심해 자기 다리에 걸려 넘어질 정도지만 똑바로 걷게 할 방법이 없었다"며 "하지만 골프를 배우면서 어드레스 때 발을 11자로 둬야 한다고 하니 점차 바뀌기 시작했고 평소 생활할 때도 똑바로 걸으려고 신경쓴다"고 만족했다. 이 협회의 자원봉사자로 홍보 업무를 돕고 있는 김유진 스카이72 매니저는 "낯선 자리에서는 겁에 질려 소리까지 지르며 엄마 품을 절대 떠나지 않던 21세의 한 참가자가 이제는 엄마가 멀리서 지켜보는 데서 스윙을 혼자 배우게 됐다"며 "변화하는 모습만 봐도 감동적"이라고 덧붙였다. 대회는 실력을 고려해 3개 부문으로 나눴다. 잔디밭에서 노는 수준인 '이벤트리그'와 실제 경기를 펼치는 '드림리그'와 '컵스리그'가 있다. 드림리그에서는 최상호와 홍순상, 박상현, 강욱순, 최진호, 모중경, 정일미 등 내로라하는 국내 간판 프로선수들이 등장해 선수들과 짝을 지어 경기를 돕는다. 수준이 더 높은 '컵스리그'는 아예 혼자 출전해 플레이한다. 당연히 단계를 올라갈 수 있도록 하는 게 목적이다. 골프실력이 올라갈수록 지적수준이나 활동수준도 높아진다. 골프는 샷 순서와 앞 조와의 간격 유지는 물론 복잡한 룰이 따라다닌다. 정규라운드를 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곧 순서와 간격을 알면서 사회생활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공을 때리는 데에만 집중하면서 본능을 억제시키고 실제 돌출행동을 줄이는 효과도 있다. 김유진 매니저는 "협회까지 설립되면서 대학의 특수 체육학과 교수와 사회복지학 교수가 공동 연구를 시작했다"며 "골프를 접한 뒤 지적장애아들이 변화하는 과정 등을 연구과제로 삼고 있다"고 소개했다.

시각장애인이 서포터의 도움을 받아 퍼팅을 준비하고 있다.

▲ "프로 도전도 가능해"= 성인들이 참여하는 장애인골프는 매년 정기 대회가 열릴 정도로 자리를 잡았다. 시각장애인대회는 2007년부터 열렸고, 최근에도 군산에서 대한시각장애인협회장배가 개최됐다. 다음달 15일에는 건양의대 김안과병원배 대회가 충남 계룡대골프장에서 열린다. 벌써 4회째다. 한일전이 열리기도 했고, 캐나다블라인드골프오픈이 국제대회로 치러져 우리나라 시각장애인 1급인 조인찬씨(59)씨가 2승을 거둔 바 있다. 서포터가 필요하다. 스윙에 맞춰 임팩트 지점에 공을 놔준다. 맞는 소리와 느낌만으로도 굿샷인지 아닌지 다 안다. 아이언 샷은 핀까지 남은 거리와 주변 지형을 서포터가 알려주고 그린에서는 핀을 흔들어 역시 소리로 홀 위치를 파악한 후 발걸음을 세어 거리를 가늠한다. 골프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것처럼 이어서 열리는 장애인올핌픽에도 정식종목으로 채택되기를 고대하는 분위기다. 시각장애인골프대회 자문위원을 맡고 있는 정우영 중앙대 지식산업교육원 체육학과 교수는 "핸디캡을 가진 장애인이 운동을 하는 이유는 일반인과 도전과제가 똑같기 때문"이라며 "골프는 더욱이 구력이 쌓일수록 사람과 사물에 대한 경계심이 사라지고 성격까지 밝아지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한다. 이어 "사실 대회를 여는 것도 중요하지만 배우고 연습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게 더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외팔이나 외다리로도 골프를 치는 데는 문제가 없다. 심지어 프로 무대에까지 도전하기도 한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의 케이시 마틴(미국)은 경기 중에 골프카트를 탈 수 있는 유일한 선수다. 타이거 우즈(미국)와 스탠퍼드대 동문이다. 7살 때 혈액장애라는 희귀병을 앓았고 기어코 PGA투어에 입성했다. 걷기가 힘들어 소송 끝에 승용 카트를 사용하게 됐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는 청각장애인 마르타 노스(미국)가 1994년 당시 메이저대회였던 듀모리에클래식에서 우승한 바 있다. 이 대회에서 우승하기 2년 전 귀신경을 다쳐 골프를 할 수 없다는 판정을 받았으나 이후에 3승을 추가해 통산 5승을 달성했다. 스테이시 루이스(미국)는 도저히 골프가 불가능한 척추측만증 환자지만 지금은 척추에 철심을 박은 채 올 시즌 LPGA투어 2승을 거두며 당당하게 세계랭킹 2위에 올라있다. 손은정 기자 ejso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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