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주사위는 던져졌다. 2년 연장계약. 김성근 감독은 말을 아꼈다. 자신을 믿고 따라준 고양 원더스와 제자들, 그리고 한화를 위한 배려였다.김성근 감독은 29일 원더스에 남기로 했다. 이날 오전 구단 사무실에서 2년 연장계약을 맺었다. 구체적인 조건은 비공개됐지만, 구단 측은 “허민 구단주의 지시 아래 명성에 어울리는 최고대우를 보장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한대화 감독이 물러난 한화의 차기 사령탑으로 자주 거론돼 계약을 서둘렀다”라고 설명했다. 허민 구단주는 “최고의 감독과 야구단을 계속 할 수 있게 돼 기쁘다. 올 시즌을 잘 이끌어주신데 감사드린다”라고 감사를 표시했다. 원더스는 29일까지 치른 퓨처스리그 교류경기에서 19승6무19패, 승률 50%로 선전했다. 안태영(넥센), 이희성, 김영관(이상 LG), 강하승(KIA) 등 프로 진출 선수도 4명이나 배출했다. 김 감독과 원더스 구단은 이날 오후 벽제 경찰야구장에서 열린 경찰청과의 퓨처스리그 교류경기 시작 전까지 계약을 공개하지 않았다. 김 감독은 평소처럼 매섭게 선수들을 응시하며 경기에 집중했다. 소식이 알려진 건 6회가 지날 무렵이었다. 구단 관계자는 다소 이른 계약에 “서두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라고 했다. 원더스는 다급했다. 한대화 감독이 28일 한화 사령탑에서 물러남과 동시에 김 감독이 유력한 차기 감독 후보로 거론된 까닭이다. 구단 관계자는 “국내 처음 시도하는 독립구단이 첫해부터 원활하게 돌아간 건 모두 김 감독 덕”이라며 “한화가 최근 김 감독에게 합류를 제안한 것으로 안다. 순조롭게 출발한 내부 순환이 1년 만에 끊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계약을 서두르게 됐다”라고 전했다.
보도 자료를 통해 밝힌 김 감독의 연장 계약 체결 배경은 다음과 같다. “구단주의 간곡한 요청과 그간 나를 믿고 따라준 선수들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에 떠날 수 없다는 생각을 했다. 한국 프로야구의 저변을 발전시키기 위해 앞으로도 혼신을 다해 선수들을 지도하겠다.”경기 뒤 밝힌 입장 또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어떻게 하다 그렇게 됐어”라고 입을 뗀 김 감독은 “오늘 아침 원더스에 남기로 결정했다”라고 밝혔다. 한화가 시도한 물밑 영입작업이 이미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는 소식에는 적잖게 당황했다. “그런 사실이 공개됐다고?”라고 되물은 뒤 이내 “서로의 생각이 달랐다”라고 답했다. 김 감독은 발길을 재촉했다. 이날 오후 6시30분 서울 리베라호텔에서 열릴 예정인 제25회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환영연 참석을 위해서였다. 김 감독은 김인식 전 한화 감독과 함께 대회 홍보대사를 맡고 있다. 승용차 안에 몸이 반쯤 들어간 상태로 그는 계단을 응시했다. 버스를 타기 위해 서둘러 내려오는 원더스 선수들. 김 감독은 흐뭇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제자들이잖아. 내가 끝까지 책임져야지.” 김 감독이 떠난 자리에서 선수들은 밝게 웃고 있었다.이종길 기자 leemean@정재훈 사진기자 roz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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