덧 없는 세월... 두 '노목(老木)'의 엇갈린 운명

[아시아경제 노승환 기자]모진 세월 함께 버텨낸 두 고목의 운명은 그렇게 엇갈렸다. 300여 년 인간사 희노애락을 굽어보던 조선시대 음나무는 인간들에 의해 결국 생을 마감했다. 소래산과 관모산이 만나는 한적한 자락, 장수동 은행나무는 사람들의 손길을 피한 덕에 살아 남았다. 800년 노목의 '인생'역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인천의 대표적인 고목 두 그루가 새삼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장수동 은행나무의 때늦은 천연기념물 지정이 논의되는 사이 인천 서구 가좌동 음나무가 최근 고사 '선고'를 받은 것이다.

최근 고사 판정을 받은 인천 서구 가좌동의 300년 된 음나무. /노승환 기자 todif77@

25일 찾아간 가좌동 건지 사거리 한 켠에는 죽은 음나무가 꺼뭇한 속살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장정 두 세 명이 안아도 모자랄 거대한 나무 기둥은 밑둥부터 썩어 두툼한 껍질을 벗어버린지 오래였다. 나무가 썩기 시작한 건 지난 2004년 부터였다. 30년 전 보호수로 지정돼 인천시와 인천 서구가 관리해왔으나 계속된 주변 개발로 생육이 악화돼 결국 2007년 회생 불가 판정을 받고 말았다.사람들은 노목(老木)을 살려 보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지난 달 몇 안 남은 이파리마저 모두 떨어지면서 고사 진단이 내려졌다.고사의 결정적인 원인은 주변 지역 개발로 추정되고 있다. 음나무 인근에 지난 수 십년 사이 아파트와 상가 건물들이 우후죽순으로 들어서면서 1.5m 높이로 '복토'가 이뤄진 게 뿌리를 약하게 만든 것이다. 물을 빨아들이지 못한 나무는 몇 년을 시름시름 앓다가 생을 마감하고 말았다.음나무 뒷 편 주택가에서 30년 째 살고 있다는 주민 심창선(63)씨는 "6ㆍ25 전쟁 통에도 살아남았던 고목인데 이렇게 허망하게 죽어 버렸다니 믿어지지가 않는다"며 안타까워 했다.

800년의 수령을 자랑하는 인천 남동구 장수동 은행나무. 둘레 8.6m, 높이 30m에 이르는 국내 몇 안 되는 거목이다. /노승환 기자 todif77@

사람들 곁에서 살길 바랬던 음나무의 애원은 이제 장수동 은행나무 몫으로 남았다.장수동 은행나무의 수령은 무려 800년이다. 높이는 아파트 10층 높이와 맞먹는 30m, 둘레는 8.6m에 이른다. 전국에 있는 고목 중에서 손에 꼽히는 규모와 나이, 자태를 자랑한다.인천시는 최근 이 은행나무의 천연 기념물 지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시 지정 기념물인 은행나무를 승격시켜 더 철저히 보호해야 한다는 지역 여론을 수용한 결정이다. 장수동 은행나무는 인천 남동구 장수동 인천대공원 뒷 편의 비교적 한적한 들판에 자리잡고 있다. 울타리가 쳐져 사람들의 접근이 금지돼 있지만 주변 식당가가 나무를 포위하다 시피 하고 있어 언제든 훼손될 우려가 큰 위치다.인천시는 천연기념물 지정을 위해 현재 나무 전문기관에 맡겨 정확한 수령과 생육상태를 파악하고 있다. 늦어도 올 10월까지는 문화재청에 천연기념물 지정 신청을 낸다는 계획이다.인천시 관계자는 "천연기념물 지정이 결정되면 나무 주변을 공원화하는 등 다양한 보호정책을 추진할 예정이다. 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은행나무가 더 오래 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노승환 기자 todif77@<ⓒ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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