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 한국산 TV, 냉장고, 에어컨 등의 중국 수출 비중이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에어컨의 경우 전년 대비 80% 이상 뚝 떨어졌고 TV, 냉장고도 고전하고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가전업체의 중국 현지 생산량이 큰 폭으로 늘어나긴 했지만 중국 경기둔화와, 현지 업체의 상승세로 인해 수출이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23일 한국무역협회의 상반기 가정용전자제품 대중 수출 현황에 따르면 올 상반기 냉장고, 칼라TV, 에어컨 등 12개 가전제품의 상반기 수출 금액은 7억2459만9000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평균 13%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품목별로는 올 상반기 냉장고의 수출액은 2805만8000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3% 줄어들었다. TV의 경우 1억9690만7000달러를 수출해 37.2%가 감소했다. 에어컨은 38만8000달러의 수출금액을 기록해 전년 같은 기간 보다 80% 이상 줄었다. 특히 에어컨의 경우 수출증가율이 80%이상 뚝 떨어지면서 가장 큰 하락폭을 보였다.12개 품목 중 세탁기와 난방기기, 전자레인지만이 전년 보다 수출 규모가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코트라는 수출 부진의 원인으로 중국 경기둔화로 인한 수요 감소를 꼽았다. 유럽발 금융위기의 영향으로 중국 성장률은 2010년 4분기 9.8%에서 올해 1분기와 지난분기 각각 8.1%, 7.6%로 하락하며 6분기 연속 감소세를 기록하고 있다. 가전제품 구매 시 보조금을 지급하는 가전하향 정책의 폐지도 가전 시장 불황을 이끌었다는 지적이다. 2012년부터 실시된 가전하향(家電下鄕)정책은 소비촉진정책의 일환으로 농촌지역에서 평면TV, 컬러TV ,냉장고,세탁기 등 가전제품을 구매할 때 보조금을 지급해주는 주는 정책을 말한다. 중국 시장조사기구 오웨이( 奧維 ) 자문회사 소속 애널리스트는 지난 2011년 중국에서 대폭적인 판매증가가 있었던 것은 보조금 지급 정책의 혜택을 받았기 때문"이라며 "올해 들어 정책이 폐지된 상황에서 가전 시장은 불황을 맞을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오웨이( 奧維 ) 자문사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에어컨의 판매량은 33.34만대로 전년 1월 대비 무려 45.7% 준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절이 끼어있는 연초시즌은 가전제품의 전통적인 판매호황기라는 점을 비추어 볼 때 이 같은 수요부진이 에어컨의 수출 감소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중국 가전업체의 성장도 수출 감소의 원인이다. LG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전자제품 수출 시장에서 중국산 가전제품의 점유율은 34.2%로 자국 업체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코트라에서 중국 사업단을 맡고 있는 어성일 단장은 "중국의 백색가전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수입 제품보다 가격이 저렴한 자국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늘었다"며 "한국산 대신 중국산 제품을 찾는 대체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디스플레이 서치에 따르면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중국시장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2012년 1분기 점유율은 금액기준으로 5.7%와 2.1%에 불과하다. 저가 TV를 내세운 TCL과 하이센스 등 중국 토종업체들의 시장점유율은 약 60%다. 이들 제조사들의 TV 가격은 크기마다 차이가 있지만, 우리나라 업체에 비해 가격이 40% 이상 저렴하다.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아직 중국 TV시장이 프리미엄 시장의 영향을 받지 않아 판매량과 이익이 많지 않다"며 "중남미 등 신흥시장과 함께 프리미엄 제품의 판매량을 늘려나갈 여지가 많은 시장"이라고 말했다.한편 전자업계는 전체 수출금액은 줄었으나 판매량 자체는 크게 줄지 않았다고 밝혔다. 현지공장에서 생산해 판매하는 경우가 늘어 수출은 줄었지만 중국에서 실제 판매량이 줄어들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중국 가정용 에어컨의 경우 2000년부터 100% 현지에서 생산해오고 있다"면서 "판매 수량 자체에 큰 변화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경우 2009년 중국 내 에어컨 시장점유율이 2%에 머무르는 등 고전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제품은 생산 중단에 들어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가정용 에어컨은 거리나(GREE)나 미디어(MEDIA)등 중국 로컬 업체가 워낙 강세라 시장점유율을 늘리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김민영 기자 argus@<ⓒ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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