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갑작스런 미국의 경제 지표의 호재로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당혹스러운 입장에 놓였다. 경제지표가 기대 이상으로 좋게 나옴에 따라 3차 양적완화(QE3) 군불을 지펴왔던 버냉키 의장의 경기 부양론이 설득력을 잃어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15일(현지시간) 미국의 경제전문채널 CNBC는 버냉키 의장이 미국 대통령 선거 전에 경기 부양에 나설 기회를 놓쳐버렸다고 보도했다. 경제지표가 개선되면서 버냉키 의장이 다른 FRB 이사들로부터 QE3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내기가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표상의 호재가 일시적에 그치고 주가가 하락세를 들어설 경우 버냉키 의장은 이를 속수무책으로 지켜봐야만 할 가능성이 있다고 CNBC는 분석했다. 이렇게 될 경우 11월 대통령 선거를 치르게 되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선거에서 패배할 수 있으며 버냉키 자신도 FRB 의장직에서 물러날 가능성 역시 높아진다. 미국의 시장정보업체 트랙스닷컴 로버트 세비지 소장은 "(14일 발표된) 소비 지표 호재의 영향으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크게 낮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S&P500지수가 1280 이하로(현재 1405.53)으로 떨어지면 오바마는 선거에서 패배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만일 롬니가 대통령이 될 경우, 롬니는 버냉키를 FRB 의장으로 재임명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상무부가 14일(현지시간) 발표한 7월 미국 소매판매는 전월대비 0.8% 늘어났다. 이는 시장 예상치 0.3%를 크게 상회하는 것이어서, 미국 경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소매 부분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시장에서는 9월 12~13일에 예정되어 있는 FOMC 정례회의에서 새로운 경기부양안이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보는 목소리가 커졌다. 아메리카 메릴린치의 이코노미스트들은 보고서를 통해 "FRB가 12월까지 오퍼레이션 트위스트 종료 및 미국 경제의 둔화세 여부를 확인하기 전까지는 추가적인 행동에 나서는 것을 미룰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버냉키가 속수무책으로 9월 정례회의 기회를 놓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유럽 경제 상황과 미국의 계속되는 고용 부진 상황 때문에 선거 전에 부양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미국의 증권사 밀러 타박의 피터 부크바는 "FRB가 10월이 되면 정치적인 이유로 경기부양에 나설 수 없으며, 버냉키 의장이 12월까지 경제 상황을 지켜보는 위험을 감수할 없기 때문에 결국 9월에 경기 부양에 나설 것으로 본다"며 "FRB내부의 비둘기파들은 행동에 나설 준비가 되어 있기 때문에 무엇이든 내놓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FRB가 경기부양에 나설 것으로 보는 또 다른 이유로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감안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15일(현지시간) 미국의 CPI가 두 달 동안 변화가 없다는 점을 들어 FRB가 실업률이 8.3%에 달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경기 부양에 나설 여지가 늘어났다고 보도했다.신용평가기관 무디스의 라이언 스윗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가장 큰 우려 사안은 높은 실업문제"라면서도 "추가적인 통화정책이 예상되고 있지만, 아마도 대통령 선거가 있는 11월 뒤에 통화정책이 나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나주석 기자 gonggam@<ⓒ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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