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세 원장, 허리사이즈 줄어든 까닭은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여기서 공개해도 되려나... 제 허리 33사이즈 입니다."지난달 7일 경기도 안산시 시민시장. 서민들의 금융고충을 듣기 위해 이 곳을 찾은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본의 아니게 허리사이즈를 공개(?)했다. 시장 내 중고의류 매장에서 온누리 상품권으로 자신의 바지 한 벌을 고르면서다. 그런 권 원장이 이번에는 허리 사이즈가 줄어들었다는 고충을 털어놨다. "몸무게가 많이 빠졌다"는 하소연도 했다. 지난 27일 중복을 하루 앞두고 출입기자들과 삼계탕 오찬을 하면서다. 최근 금융당국을 둘러싼 분위기를 아는 사람이라면 권 원장의 체중감량은 쉽게 이해가 간다. 안팎의 상황이 한마디로 '엎친데 덮친격'이다. 은행·증권사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양도성예금증서(CD)금리 담합 조사가 지난 17일 시작된데다가, 1주일 뒤에는 은행·보험·카드·저축은행 등 금융권 전역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결과 발표가 터져나왔다. 일부 은행이 학력을 기준으로 신용등급과 대출금리를 차별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느때보다 공분을 산 발표였다. 게다가 지난 26일 열린 국회 정무위 업무보고에서는 이 같은 내용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질타가 빗발쳤다. 권 원장도 일정부분 감독당국의 책임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그는 이날 "감독원 임직원 모두가 근본적으로 인식을 바꿔야 될 시점이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특히 "하나하나 따져보면 다소 억울한 부분도 있을 수 있지만, 큰 틀에서는 우리가 신경을 쓰고 챙겼으면 사전에 우리 선에서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면서 "그렇다면 이런 문제제기나 비판이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금융당국이 당면한 문제들에 대해서도 책임지고 해결해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권 원장은 "폭풍이 지나갔다고 해서 고치지 않는다면, 또 다른 문제가 계속 나오게 된다"면서 "내가 안 고쳐 놓았다가 2년 뒤 또 문제가 터지면 '그 때 어느 원장이 이것을 안 고쳐서 이렇게 됐느냐'고 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내가 맡은 일에 대해 비난받고, 전문가 집단으로서 해결하지 못했다면, 이를 부끄럽게 생각해야 한다"면서 "이번 기회에 은행들도 비난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반성하고 행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감독당국과 함께 변화를 원하는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게 합리적으로 변해가는 모습과 노력을 보여야 한다"면서 "감독당국은 앞서서 고쳐나가고, 사회공헌도 더 열심히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현정 기자 alphag@<ⓒ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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