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화가 성병태 | 영혼의 노래 생명의 빛깔 융합의 親和力

권동철의 그림살롱 110회 | 서양화가 성병태 ‘색채의 소리’ 연작

Canvastra, 91×116.8㎝ Oil on canvas, 2012

열렬한, 아련한 흔적. 마치 오래전의…순간. 그림을 들으며 음악을 보는 짜릿함 혹은 불일(不一). 꽃과 별빛 주제의 소나타. 스스로는 잘 모르는, 마음의 적막한 고동!만인들의 그 어떤 언어보다 가장 빠르고 심도 깊게 형상화되는 감동의 원초적 소리가 울려 퍼진다. 헨델의 오라토리오 메시아(The Messiah). 오르간 서곡이 평온히 흐르면 평화와 사랑과 희망의 아기 천사가 내려왔다.채도(彩度)를 이용하여 색을 점점 연하게 하는 그러데이션(gradation)처럼 음악은 잔잔히, 그러다 장엄한 물결의 세계로 이끌었다. ‘주 우리 하나님 곧 전능하신 이가 통치하시도다’ 웅장한 스케일의 합창 ‘할렐루야’가 때 묻은 마음을 강타한다. 헨델 스스로 ‘신께서 나를 찾아오셨던 것만 같다’고 했던 것이 떠오르듯 한 여인이 두 손을 모으고 영광의 감동에 눈물을 끊임없이 쏟았다. 그러나 비단 그녀뿐이겠는가. 절망과 고통의 나락에서 상심한 마음들이 얼마나 광명의 참 기쁨을 만났었을까.

116.8×91㎝

브람스, 말러 교향곡 해석의 거장인 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 등 인류에게 시대와 종교를 초월한 소리 사랑을 전해준 섬세한 필사(筆寫) 얼굴들. 그리고 돌과 바람, 풀과 숲과 같은 존재자로서 이름 없는 민초들의 미적 감동이 태양 가득 쏟아지는 삶 터에서 사랑의 리듬으로 활기 띤 노동을 채우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곧 환희로 승화된 위대한 유산이 아니겠는가! 生의 비애 그 슬픈 사랑의 공유‘숨이 막힐 듯 벅차오르던 달콤함을 잊은 채/영문도 모르는 시린 사랑에 오열의 찬가를 부르네’ 애수에 젖은 글루미 선데이(Gloomy Sunday) 슬픈 선율이 흐른다. 땅거미 지는 센강은 노을빛으로 점점 물들고 형언할 수 없는 저녁 노래가 강바람에 날렸다. 생제르맹 거리를 향하는 다리 위. 거리의 악사(樂士)는 자기감정에 이끌려 더욱 혼(魂)을 불어넣으며 애절하게 바이올린을 켰다.

90.9×72.7㎝

저 건너 바쁘게 돌아가는 도시의 빌딩들. 그 세상 너머의 적막감. 낡은 회칠의 벤치 위 슬픈 사랑을 위로받으러 슬픈 사랑을 나누는 흰머리의 중년. 한두 나뭇잎에 실린 우수 깃든 첼로 소리와 말없이 교감하는 네 사람과 침묵의 시간. 이제 곧 더 깊은 외로움에 젖은 가로등이 게슴츠레한 등불을 켜면 생(生)의 비애 그 편린들이 서성거릴 것이다. 슬픈 사랑을 공유한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나도 또한 모든 것을 다시 살아 볼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마치 그 커다란 분노가 나의 고뇌를 씻어주고 희망을 가시게 해 주었다는 듯, 신호들과 별들이 가득한 그 밤에 두고, 나는 처음으로 세계의 정다운 무관심에 마음을 열고 있었던 것이다.” <알베르 카뮈(Albert Camus), 이방인>이코노믹 리뷰 권동철 기자 kdc@<ⓒ 이코노믹 리뷰(er.asiae.co.kr) - 리더를 위한 고품격 시사경제주간지,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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