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PR행' 박지성, 명예와 실리 사이에서 내린 과감한 결단

[사진 출처=QPR 홈페이지 캡처]

[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떠나는 것은 어려운 결정이었다. 하지만 팀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했다.”아름다운 은퇴와 새로운 도전의 갈림길에서 고심하던 박지성이 결국 후자를 택했다. 7년 동안 정들었던 친정팀 맨유를 벗어나 퀸스파크 레인저스(QPR)에서 축구인생의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박지성은 9일(이하 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밀뱅크 타워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QPR 입단을 공식 발표했다. 계약 기간은 2년이다. 토니 페르난데스 구단주, 마크 휴즈 감독과 함께 밝은 표정으로 자리에 앉은 박지성은 “QPR이 보여준 미래에 대한 야망과 계획이 내 생각과 일치했다”며 “맨유와 같은 빅 클럽을 떠나는 것은 힘든 선택이었지만 새로운 도전이 필요했다. 훌륭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입단 소감을 밝혔다. 이로써 2000년 일본 J리그 교토 퍼플상가에서 프로생활을 시작한 박지성은 네덜란드 PSV아인트호벤과 맨유를 거쳐 자신의 네 번째 팀에서 현역생활을 이어가게 됐다. 선수로서 그가 누린 최고 전성기는 맨유와 함께한 시간이었다. 2005년 한국인 최초라는 수식어를 달고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한 박지성은 7시즌 동안 4차례 리그 우승과 3차례의 칼링컵 우승, 유럽축구연맹(UEFA)챔피언스리그와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 우승을 각각 1차례씩 차지하며 세계적인 스타로 발돋움했다. 특유 성실함과 팀을 위한 헌신적인 플레이로 ‘티셔츠 판매원’이란 오해를 불식시키며 통산 205경기에 출전, 1878년 맨유 창단 이후 92번째로 200경기 이상 출전한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8월 맨유와 2013년 6월까지 연장 계약에 성공한 그는 다음 시즌 40%이상을 소화하면 1년간 계약이 자동 연장되는 옵션까지 부여받았다. 평소 “맨유에서 은퇴하고 싶다”던 그의 바람은 변화된 팀 내 입지와 함께 흔들리기 시작했다. 베테랑 라이언 긱스를 비롯해 루이스 나니, 안토니오 발렌시아, 애슐리 영(이상 맨유) 등 포지션 경쟁자들에 밀려 지난 시즌 정규리그 10경기 선발 출전에 그쳤다. 여기에 일본 국가대표 출신 가가와 신지의 영입으로 미드필드진은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명예 회복을 바라던 박지성에게 QPR이 보여준 정성과 열정은 쉽게 뿌리칠 수 없는 제안이었다. 새로운 도전에 나선 박지성의 위상은 한층 높아졌다. 객관적인 전력에서는 맨유에 미치지 못하지만 박지성은 꾸준한 출전 기회를 보장받으며 QPR의 당당한 주연으로 거듭날 전망이다. 휴즈 감독은 “박지성의 입단으로 구단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한 도약의 계기를 맞았다”며 “그동안 그가 보여준 성과만으로도 충분히 존경할 만한 선수다. QPR에서도 진가를 발휘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박지성은 “여러 무대를 거치며 얻은 경험을 많이 공유하겠다”며 “QPR에서 기대하는 것처럼 전체적으로 팀 수준을 끌어올리는데 도움을 주겠다”라고 화답했다. QPR은 지난 1월 지브릴 시세, 보비 자모라 등 베테랑 공격수를 영입한데 이어 최근 로버트 그린, 라이언 넬센, 삼바 디아키테, 앤드류 존슨, 파비우 다 실바 등 포지션별 전력 보강에 힘썼다. 여기에 토트넘 공격수 저메인 데포와 윌리엄 갈라스, 리버풀의 크레이그 벨라미 등이 영입 대상으로 점쳐지고 있다. 박지성은 여러 경험 많은 선수들 속에서 전술 구심점이자 리더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팀 내 최고수준인 이적료 500만 파운드(약 88억 원)와 주급 6만 파운드(약 1억 원)를 거머쥐며 실리와 자존심을 모두 챙겼다.박지성은 “QPR 이적은 놀랄 만한 일이 아니다. 지금까지 내가 원하는 것을 선택했고 팬들도 그런 모습을 응원해줬다”면서 “팀 승리를 위해 노력하고 지난 시즌 보다 더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각오를 밝혔다. 김흥순 기자 sport@<ⓒ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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