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자 경제학 ⑪ | 미래를 보는 점(占)의 경제
[사진:이코노믹리뷰 이미화 기자]
미래는 알수 없다. 과거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특히 한 사람 한사람의 인생은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하지만 미래가 불확실할수록 더욱 성행하는 것이 있다. 바로 점(占)이다. 미래를 궁금해 하는 사람들의 수요가 존재하는 한 미래를 예측하는 사람들의 공급도 계속해서 생겨날 것이다. 점이란 불확실한 미래라는 상품을 들고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을 달래주고 위로하고 격려하면서 희망을 판매하는 또 하나의 시장(市場)이기도 하다. 1960년대 말, 서울 성북구 동선동에 위치한 ‘미아리 점성촌’을 빼놓고 대한민국 점의 역사를 논하기는 어렵다. 그런데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점의 시대가 등장했다. 홍대, 강남, 대학로를 중심으로 점의 또 다른 형태인 ‘타로촌’이 형성된 것이다. 연령대도 과거 40~50대가 주를 이뤘다면, 이제는 20대는 물론 10대까지 급하강하는 추세다. 점에도 세대교체가 이뤄지는가. 이러한 점의 변천을 미리 점친 사람이 있는가. 이런 의문을 품고 점에 얽힌 역사와 경제를 들여다봤다. # 주부 장숙자(46) 씨는 지난해 퇴직한 남편과 요즘 창업을 준비중이다. 하지만 여건이 녹록치 않다. 불경기와 불안한 미래가 겹치면서 머리가 아프고 잠도 오지 않는다. 고민끝에 장씨가 찾은 곳이 바로 미아리였다. 미아리 점성촌에서 만난 장씨는 “15년 만에 미아리 점집을 찾았다”면서 “과거와 달리 한산하지만 여전히 역사가 오래됐고 그만큼 미래를 잘 보는 곳이어서 나도 모르게 발길이 여기로 오게 됐다”고 말했다. 지하철 4호선 성신여대역 7번 출구로 나와 길을 따라 올라가면 미아리 점성촌이 길게 자리하고 있다. 미아리 점성촌은 1960년 즈음에 남산 일대에 모여 있던 맹인점술가들이 남산 재개발로 인해 미아리고개로 옮겨오면서 형성되기 시작했다. 특히 1966년 맹인역술가 이도병 씨가 미래를 꿰뚫어보는 용한 점쟁이로 장안의 화제가 되면서 미아리 점성촌으로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했다.과거에는 문전성시를 이뤘다는 이 곳이 지금은 무척이나 한산해 보인다. 100여 개 이상의 사주업소가 번창하면서 전국 최대 규모의 점성촌으로 이름을 날렸던 미아리가 이제는 몇몇 유명한 점집을 중심으로 명맥을 이어가는 수준이다. 점을 보고 나온 장씨를 다시 만나 결과를 물어봤다. 장씨는 점을 본 후에도 여전히 고민하는 눈치가 역력해 보였다. 남편과 좀 더 상의해 창업을 할지 결정해야겠다며 서둘러 자리를 떴다. 미아리 점성촌에는 지금도 손님이 드나들긴 하지만, 과거처럼 문 앞에 줄을 서 있는 정도는 아니다. 김기훈 동선동 통장협의회장은 “100여개 전후로 있던 미아리 점집이 예전보다 약간 줄어든 건 사실”이라며 “이 곳 점집들이 예전만큼 호황을 누리지는 못하지만 역술인의 대다수가 시각장애인들이어서 쉽게 옮길 수 있는 여건도 안되므로 점집 수는 예전과 큰 차이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1980년대 후반, 미아리 고개의 도로를 확장하면서 점성촌 주변도 이사를 가야 할 상황이었지만, 시각 장애인을 배려해 이곳은 공사 지역에서 제외됐었다”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점집들이 수익이 줄었다고 하지만 그 와중에도 나름의 노하우가 있는 분들은 큰 변화없이 수익을 내고있다고 김 회장은 귀띔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이미화 기자]
이 곳에서 점집을 낸지 20년이 됐다는 한 역술인은 “현재 우리나라에는 철학역술인 30만명, 무속인 30만 명 정도가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그 중에서 유명한 몇몇 역술들은 본인의 이름을 내걸고 활동하고 있으며, 꾸준히 단골손님들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대다수 역술인들의 수익은 줄어들었겠지만, 유명 역술인들의 수익은 여전히 비슷하거나 더 높을 것”이라며 “불경기에도 이쪽 시장은 오히려 호황을 누리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 고등학생 김미영(18) 씨는 친구들과 함께 홍대 카페로 타로 점(占)을 치러 갔다. 김 씨가 보러온 점은 연애운이다. 지난해 연애를 마지막으로 아직도 남자친구가 없다는 그는 “올 하반기에는 과연 인연을 만날 수 있을지 점술사에게 물어보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고 말했다.점과 달리 타로카드는 메이저카드 22장과 마이너카드 56장으로 구성된 78장의 카드를 통해 인생사를 미리 들여다본다. 서양에서는 약 1300년 전부터 타로점이 움텄지만 한국에 이 점이 선보인 것은 2000년도부터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 시기를 기점으로 양의 시대에서 음의 시대로 변했고, 음의 성향을 띤 여자들이 타로 공부를 많이 하면서 국내에서도 타로 점의 붐이 일기 시작했다. 현재는 홍대, 강남역, 대학로 등을 기점으로 타로촌이 형성돼 있으며 지하철 역사 내에도 작은 규모의 타로가게를 심심치 않게 목격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서울을 중심으로 형성됐던 타로가 최근에는 부산 해운대구를 기점으로 지방에도 확산되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이 관계자는 “지금 서울은 이미 포화 상태”라며 “지방의 타로 가게들이 월 순익 500만원 이상을 올리고 있다는 소식에 몇몇 타로마스터들이 지방으로 짐을 싸서 내려갈 준비를 하고 있다”고 귀띔했다.타로카드의 감정료나 복채는 주로 선불이며 재물운, 연애운, 결혼운, 학업운, 취업운, 승진운, 건강운, 해외운 등 다양한 카테고리로 나뉘어져 있다. 보통 5000원이 기본이며, 평생종합사주운이나 궁합을 보려면 2만원 정도를 줘야 한다. 홍대에서 타로카페를 운영중인 홍민정 씨는 “주 고객은 여성이 80% 이상이고, 10대의 수요가 크게 늘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고 말했다. 앞서 언급한 김미영 씨처럼 중고생 가릴 것 없이 학생들의 최대 관심사는 연애운이라고 홍씨는 전했다. 이어 대학진학, 친구문제 등이 주요 관심사라고 홍씨는 덧붙였다. 20~30대 역시 연애운을 가장 많이 궁금해 하는 반면, 40~50대는 주로 금전운에 관심이 많다.강남구 교대에서 타로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김리건 씨는 “타로 자체를 너무 가십으로 보는 경향이 있어 안타깝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그는 “약 10년 전부터 역학시장의 룰이 변했고, 타로가 빠른 속도로 기존 시장을 잠식해 들어가고 있다”며 “20~30대 젊은 층을 흡수하면서 고전적인 점술을 하던 사람도 타로로 전향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고 강조했다. 연간 점시장이 1조 원대라고 언급한 그는 “인터넷 포털 사이트만 봐도 알 수 있지 않느냐”며 “과거 음지에서 행해지던 것이 이제는 캐주얼화 되면서 양지로 나와 인력만 확보되면 가장 손쉽게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는 시장으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에서 타로학과를 만들면 어떻겠느냐는 제의를 받았다”며 “아직 임상적인 테이터가 없어서 만들지는 못했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라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서울 송파구 석촌동에서 타로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수향 타로마스터는 타로를 단순히 수익사업이자, 미래를 점치기 위한 도구로만 보는 것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타로는 점으로서가 아니라 마음의 치료와 같은 하나의 상담 도구로 볼 수 있다”며 “인간의 본질적인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주는 심리사 역할도 해낸다”고 의미를 부였다. 10년 전, 사주명리를 절에서 배웠고 그후 타로마스터가 됐다는 수향 씨는 “내 한 마디로 사람을 좌지우지 할 수는 없지 않는가”라며 “타로 점 때문에 직장을 옮기기도 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질 수도 있는데 타로를 무조건 미래를 꿰뚫어 볼 수 있는 도구로 생각한다면 곤란하다”라고 우려를 나타냈다.이 타로마스터는 현재 문화센터 강의를 나가고, 타로 강습반을 운영중이다. 강습반의 경우 3개월 과정 주 1회, 2시간으로 총 12주간 진행된다. 수강료는 70만원이다. 이번 달에 벌써 70기를 가르치고 있다는 그는 자신의 수입에 대해서는 “정확한 수치를 말할 순 없지만, 억대 연봉자 부럽지 않다”고 털어놨다. 타로 마스터가 되기 위해 배우러 오는 사람들의 학력이 높아지고 있고, 특히 교사나 경제활동을 하는 30~50대 여성 들이 많다는 게 수향 타로마스터의 설명이다. 이 곳에서 2개월 째 수업을 듣고 있다는 이준환 씨는 “학기 초에 생년월일 분석도 해보고, 타로를 통해 학생들의 성격까지 파악할 수 있어 상담에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이색체험 ‘사주 보고, 노래도 부른다’서울 송파구 석촌동에 위치한 ‘H2O 사주노래방’은 노래를 부르다가 사주도 볼 수 있는 곳으로 지난해 오픈한 신개념 공간이다. 지예진 ‘H2O 사주노래방’ 사장은 “사람들이 노래를 부르다가 자연스럽게 사주도 보고 본인의 미래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곳을 만들고 싶어서”라고 오픈 계기를 설명했다. 이 노래방을 직접 운영하고 있는 지 사장은 3년 전 역술인의 길로 들어서게 됐고, 노래방에 방문하는 손님들을 위해 직접 점을 봐주고 있다. 그는 “요즘 사람들이 경기가 어렵다 보니까 자신의 미래에 대해 불안해하고 자신없어 하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라면서 “노래를 부르고, 같이 온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점을 보면서 답답한 마음도 푸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하루 평균 노래방에는 2~3팀 정도의 방문객이 오고, 운명 상담의 경우에는 여느 카페처럼 캐주얼하게 보는 편이다. 특히 점만 보러 오는 사람이 더 많다는 것이 지 사장의 설명이다. 주로 20대~5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방문하며. 비용은 철학(역술) 사주점이 기본 5만원, 노래방비는 1시간에 2만원이다.지 사장은 매출과 관련해 “사주를 보는 곳과 노래방을 같이 운영한다고 해서 수입이 두 배로 늘어나지는 않더라”면서 “노래방 보다는 사주에서 매출이 조금 더 나온다”고 귀띔했다. 그는 “개인 차가 크기 때문에 정확한 매출을 공개할 순 없지만, 일반 회사원 보다 수입이 조금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모바일 운세, 100억원대 성장할 것” 미래를 엿보기 위한 수단으로 온라인을 애용하는 사람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 이는 2003년 전후로 운세, 사주, 타로 등의 온라인 서비스가 본격화되면서 2006년 포털 운세 서비스로 정점을 찍은 뒤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추세다.온라인상에서 점이 성행한 것은 PC 또는 스마트폰의 발전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역설적이지만 IT의 진화가 IT와 가장 멀 것만 같은 점의 성장세를 이끌어 온 셈이다. 아울러 자신만의 궁금증을 혼자 확인하고 싶어하는 성향도 온라인 이용률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포털사이트 다음, 네이버, 네이트 등도 운세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이들업체의 수익성과 이용자의 선호도에 대해 살펴봤다. 먼저 다음 운세에서는 띠별운세, 별자리운세, 애정운/재물운/학업, 시험운과 같은 테마운세로 운영되는 ‘오늘의 운세’를 무료로 제공 중이다. 사주, 궁합, 타로, 신년운세 등의 유로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으며, 가격대는 5000원~2만원 정도다. 전체 이용자의 60% 가량이 30~40대 여성으로 타로의 이용이 가장 많은 편이며 애정, 궁합, 사주, 신년운세가 비슷한 이용률을 보이고 있다. 남성들은 주로 신년운세, 애정/궁합 순으로 이용률이 높고 이용 시기도 연말연초에 집중되는 편이다. 매출과 관련, 다음 관계자는 개별 서비스이기 때문에 발표하지 않고 있다고 말을 아꼈다. 네이버의 경우, 별도의 페이지에서 단독 서비스 형태로 제공되고 있지는 않으며, 관련 키워드를 검색하면 ‘콘텐츠 검색’ 컬렉션을 통해 ‘띠별 오늘의 운세’와 ‘별자리 오늘의 운세’를 무료로 확인할 수 있다. 2007년 5월부터 ‘오늘의 운세’ 컨텐츠 검색 서비스가 시작됐으며, 시즌을 타는 콘텐츠로 연말연시에 평소보다 많은 이용자들이 찾고 있다. 온라인 전체에서 해당 서비스의 산업 규모를 추정하기는 어렵지만, 현재 네이버의 경우 검색 결과의 형태로 보여주기 때문에 매출은 발생하지 않고 있다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연말연시에 꾸준히 인기 있는 콘텐츠인 만큼 사용자들의 관심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트의 타로 콘텐츠 서비스는 2007년부터 시작됐으며, 2010년부터 급격히 이용률이 증가해 현재까지 꾸준한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오늘의 운세, 주간/월간운세, 타로, 꿈해몽 등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고, 타로 카드, 꿈, 생활 속 사주 이야기를 전문가들이 작성해 게시판에 서비스하는 전문가 칼럼 커뮤니티도 운영중이다. 신년운세, 토정비결과 같은 일년 운세와 월간운세, 평생궁합 등은 유료다. 20대 중반 여성들의 타로, 애정운 이용률이 높으며, 최근 30대 초중반 여성들의 애정운 이용 비율이 증가하는 추세라는 것이 네이트 콘텐츠 사업팀 임승혁 매니저의 설명이다. 그는 “일본의 경우, 모바일 운세 매출만 연간 1000억원 규모”라며 “우리나라는 2011년 기준으로, 포털사와 콘텐츠 제공업체 개별사이트, 모바일(WAP 포함) 하면 연간 50억원 이상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국내 온라인 시장 규모가 앞으로 100억원 대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코노믹 리뷰 이효정 기자 hyo@<ⓒ 이코노믹 리뷰(er.asiae.co.kr) - 리더를 위한 고품격 시사경제주간지,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주간국 이효정 기자 hyo@ⓒ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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