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소연 기자]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유럽발 악재에 증시가 휘청거리면서 새롭게 시장에 진입하는 기업은 줄어든 반면, 자진해서 나가려는 기업들은 증가하고 있다. 주식시장의 본 기능인 자금조달이 어려워지면서 상장 실익이 없는 데다 상장해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다고 인식한 기업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5일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업공개(IPO)에 나선 곳은 총 10곳, 시장 규모는 4589억원 정도다. 이는 리먼브라더스 사태 당시인 지난 2008년 국내 IPO 시장 규모가 8070억원 정도를 기록한 것과 비슷한 수준이다. 상장 이후에도 사람인HR 등 일부 기업을 제외하고는 주가 약세가 지속되고 있다. IPO를 계획했던 기업들이 상장을 포기하는 일도 속출했다. 올해 IPO 시장 대어로 꼽혔던 현대오일뱅크는 물론이고 웅진패스원도 웅진씽크빅과의 합병을 택하며 상장 계획을 철회했다. 패스트퓨쳐브랜즈(FFB)는 수요예측까지 마치고도 상장계획을 포기했다. 반면 증시를 빠져나가려는 기업은 증가하고 있다. 이날 글로벌 자동차 부품업체인 비스티온은 한국 내 100% 자회사인 비스티온코리아홀딩스를 통해 한라공조의 잔여지분 30%를 현금 9131억원에 공개매수해 한라공조를 상장폐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비스티온은 현재 한라공조의 주식 7472만주(지분율 70%)를 보유해 최대주주다. 주당 매수가격은 2만8500원이다. 이에 앞서 지난 3월30일 한국개발금융은 공개매수를 통해 소액주주 지분을 거둬들여 자진 상장폐지하기로 결정했다. 지난달 7일에는 서울팔래스호텔을 운영하는 웨스테이트, 27일에는 넥스콘테크, 이어 지난 2일에는 티브로드 자회사인 한빛방송, 티브로드도봉강북방송이 자진 상장폐지를 위해 공개매수에 나섰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이처럼 증시 입성 기업은 줄어드는 반면, 나가려는 기업이 많아진 데 대해 상장 실익이 없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유럽발 악재로 증시 약세가 지속되면서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를 못 받고 있는 데다 상장 유지 비용, 소액주주 눈치까지 제약사항은 많다는 설명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자본이 충분한 경우에는 굳이 상장회사로 남아 있을 필요가 없다"며 "상장폐지를 하면 상장 유지 비용을 아끼고 소액주주 눈치 안 보고 경영활동에 나설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기업들이 자진 상장폐지에 나서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김소연 기자 nicksy@<ⓒ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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