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콜센터 상담원으로 일하는 A씨는 전화벨이 울릴 때 마다 가슴이 쿵쾅거린다. 욕설과 폭언, 음담패설 등을 내뱉는 고객들 탓에 전화 받기가 겁 날 정도다. 그렇다고 고객의 말에 대꾸하거나 먼저 전화를 끊을 수도 없다. A씨는 "전화벨이 울리면 혹시나 하는 생각에 마음을 가다듬고 전화를 받는다.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상당하다"며 한숨을 쉬었다.A씨처럼 고객 서비스를 위해 자신의 감정을 억눌러 고통 받는 '감정 노동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감정노동자에는 주로 정신적·육체적 노동 외에 자신의 기분이나 감정을 억제해야 하는 서비스직 종사자들이 포함된다.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국내 서비스직 종사자는 지난해 기준 약 540만 명에 달한다. 이 비율도 해가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지만 감정 노동이라는 개념은 아직 낯설다. 아르바이트 전문 포털 알바인과 함께 감정 노동자들의 현황을 살펴봤다.▲'고객이 왕' 서비스 정신 아래 인신공격도 감수= 감정 노동자에 포함시킬 수 있는 직종은 다양하다. 제품 판매 직원부터 은행창구 직원, 전화상담원, 캐디, 과외 교사까지 업종과 하는 일은 다르지만 모두 감정 노동자에 속한다. '고객이 왕'이라는 서비스 정인 아래 감정 노동자들의 고충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대표적인 감정 노동자는 제품 판매직이다. '서비스업에 종사한다면 그 정도는 참아야지'라는 생각과 과잉된 고객 만족 서비스를 실현하기 위해 이들의 희생은 당연시 되는 분위기다. 승무원도 감정 노동의 최전선에 위치해 있다. 비행기라는 좁고 불안정한 공간에서 길게는 10시간이 훌쩍 넘도록 고객들을 상대해야 한다. 엄격한 복장 규정도 고통을 배가시킨다.감정 노동자들은 언어폭력에도 지속적으로 노출된다. 이는 자연스럽게 우울증이나 공황장애 등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지난해 전국민간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에서 서비스직 종사자 309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6.6%가 정신과 치료를 필요로 하는 우울증 증세를 보였다. ▲감정노동자 처우…개선 되나= 불행 중 다행인 점은 감정 노동자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이들의 처우 개선 움직임이 일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는 여성 감정 노동자의 인권 가이드 라인을 마련했다. 서울시의 다산콜센터도 해외의 경우 1~2회 경고 후 반복되면 즉각 법적 조치를 한다는 점을 감안해 강력 대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기업도 감정 노동자 처우 개선에 동참했다. KT의 자회사 KTCS는 자사 상담원을 대상으로 감성을 치료하는 '3E 하트닝' 교육을 실시중이다. 로레알코리아와 샤넬, 클라란스, 부루벨코리아, 엘카코리아 등은 감정노동의 가치를 인정해 매달 소액의 '감정수당'을 지급한다. 로레알코리아는 전 직원을 대상으로 근로자 직무 스트레스 해소 프로그램(EAP)을 시행 중이다.알바인 관계자는 "사회에서도 감정 노동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법적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면서 "노동자의 경우 만약 스트레스의 강도가 너무 세고 일상생활에 악영향을 끼친다면 심리 상담이나 치료를 통해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박혜정 기자 parky@<ⓒ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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