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화 작가와의 대화
들꽃과 소탈(疏脫)한 향토적 재료 그리고 단순화된 색채가 빚어내는 화면은 매우 싱싱한 날것의 공간으로 눈부시다. 여기에 얼핏 평면에 머물기 쉬운 관점을 내면으로 이끄는 리듬(rhythm)이 변주되고 있다. 부식된 철판, 문짝만 남아 있는 부엌문…. 재료로 쓰인 이 물건들은 꽤 오랜 수선시간이 걸리는데 이 과정을 “긴밀한 관계 맺기”로 규정했다. “낡은 것들을 늘 곁에서 바라보고 한결같은 관심을 기울입니다. 나무 함지에 색을 내기위해 황토를 개어 마를 때 까지 온도와 습도를 맞추고 며칠 혹은 수년이 걸릴 수도 있는 지루한 기다림 후에 비로소 쓰임새에 대한 동감을 모색 하지요”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거기서 아름다움을 알아내지 못했었다면 그냥 지나쳐 버렸을 것인데 이리저리 휘어진 파란(波瀾)과 누군가 남긴 내밀한 흔적 위에 신선한 생명력을 불어넣음으로써 거듭 태어나게 했다. 여기에 이르기까지 그들 자취의 수선스러운 사연들을 들어주고 비워낸 우직한 믿음의 깊이가 있었다는 사실을 빼놓을 수 없다. 풍경엔 꽃이 만발하지만 이르려하면 이미 그곳에 없다. 잃어버린 시간을 새로운 형식으로 환원(還元)하는 일, 기억들을 조형언어로 옮기는 작가의 현재는 그러므로 미래에 속한다. 서양화가 이강화 작가는 인사아트센터(서울)를 비롯해 중국, 프랑스, 독일, 에쿠아도르 등에서 개인전을 32회 가졌다. 현재 세종대 교수로 재직중이다.이코노믹 리뷰 권동철 기자 kdc@<ⓒ 이코노믹 리뷰(er.asiae.co.kr) - 리더를 위한 고품격 시사경제주간지,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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