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 가가와 맨유행 소식에 묵묵부답

(사진=정재훈 기자)

[수원=스포츠투데이 김흥순 기자]더위가 한창이던 지난 6일 경기도 수원에 위치한 박지성 축구센터. 운동장은 GS칼텍스 고객 자녀 초청 1일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축구교실 참석을 위해 모여든 수십 명의 축구꿈나무들과 학부모들로 연신 북적였다. 박지성을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에서 보기 위한 보이지 않는 자리싸움이었다. 모두가 숨죽이며 기다리는 가운데 박지성은 오후 1시 30분 즈음 모습을 드러냈다. 빗발치는 카메라 셔터 소리와 함성에 긴장한 탓인지 몸은 다소 경직돼 있었다. 이어진 인사도 통상적이었다. “축구를 사랑하는 많은 분들과 만나게 돼 반갑다. 각자 꿈을 키우고 발전시켜 한국축구에 든든한 기둥으로 성장했으면 좋겠다.”딱딱하던 분위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이어진 질의응답으로 금세 화기애애해졌다. 박지성은 축구 꿈나무들의 순수하면서도 짓궂은 질문에 당황스러워했다. 인간적인 모습을 직접 확인한 꿈나무들은 깔깔거리며 웃기 바빴다. 첫 질문부터 까다로웠던 건 아니다. 박지성은 ‘가장 기억에 남는 골이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2002년 한·일월드컵 포르투갈전에서 넣은 골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16강 진출을 확정지은 경기였는데 그 골을 계기로 많은 사랑을 받게 된 것 같다. 개인적으로 가장 의미 있는 골이다”라고 침착하게 답했다. 하지만 이어진 “여자 친구가 있느냐”라는 질문에는 난색을 보이며 “아쉽지만 아직 없다. 좋은 사람이 있으면 빨리 만나고 싶다”라고 말했다. 아이들은 바로 합창하듯 “김연아(고려대)”를 외쳐댔다. 이에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박지성은 잠시 머뭇거리다 “저 김연아랑 안 친해요”라며 웃어넘겼다. 박지성은 ‘특별히 친분이 있는 선수를 꼽아달라’는 부탁에 “아시다시피 팀 동료 파트리스 에브라와 친하게 지낸다”며 “국내 선수 중에는 정경호(대전)와 친하다”고 밝혔다. ‘경기 도중 소변이 마려우면 어떻게 하냐’라는 예상치 못한 질문에는 당황했는지 한참 동안 웃음을 터뜨렸다. 이내 그는 “경기 도중에는 그런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미리 화장실에 다녀온다”라고 답했다. 박지성을 곤경에 빠뜨린 건 질문 공세에 그치지 않았다. 한 어린이는 벌떡 일어나 휴대폰 번호를 알려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그는 “제 번호는 010-0000....”이라며 재치 넘치게 위기를 모면했다. 직접 볼을 차는 모습을 보여 달라는 주문에 곧바로 공을 내려놓고 강력한 슈팅을 선보이기도 했다.

(사진=정재훈 기자)

축구꿈나무들의 궁금증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여기저기에서 손을 들며 질문을 요청했다. 하지만 예정된 시간의 초과로 더 이상 물음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행사 관계자들은 “박지성의 사인을 나눠주겠다”며 아이들을 달래기 바빴다. 한편에서는 “진짜 박지성의 친필사인이 맞나”를 놓고 진실공방이 벌어졌다. 이에 박지성은 “자신의 사인이 맞다”라고 직접 해명했다.사실 이날 그를 가장 곤혹스럽게 만든 건 이어진 취재진의 질문이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구단은 하루 전인 5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가가와 신지와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구단이 제시한 이적 조건에 최종 합의했다”라고 발표했다. 이와 관련해 박지성은 입을 굳게 다물었다. 발걸음을 재촉해 서둘러 자리를 빠져나가기 바빴다. 박지성은 5월 17일 인천국제공항 입국 때 가가와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당시 그는 “아쉽게도 직접 플레이를 본 것은 아시안컵이 유일하다. 독일에서 뛰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아스날과의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한 것을 본 적은 있다”며 “충분히 좋은 기량을 가진 선수다. (아시안컵에서) 직접 뛰어봤기 때문에 알 수 있다. 입단한다면 분명히 도움이 될 선수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구단 측이 서둘러 발표하고 나선 합의 소식에 얼굴 표정은 180도 달라졌다. 뉴스를 접하자마자 트위터를 통해 “신지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행을 환영한다. 이곳에서 성공시대를 열길 희망한다”라고 밝힌 리오 퍼디낸드와 사뭇 다른 태도였다. 어쩌면 당연할 반응일 수 있다. 박지성은 지난 시즌 측면은 물론 중앙 미드필더에서 경쟁력을 크게 잃었다. 지난 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31경기에서 13골을 터뜨린 가가와는 팀 내 입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스포츠투데이 김흥순 기자 sport@<ⓒ아시아경제 & 재밌는 뉴스, 즐거운 하루 "스포츠투데이(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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