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 시에나가 품절'..잘 나가는 승합차 왜?

불황 때면 질주하네…승합차의 경제학

유가 부담에 많이 태울수 있고 연비 좋아 '인기'카니발 올 사상최대 판매·시에나 재고물량 없어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회사원 손모씨(37세)는 최근 승용차를 처분하는 대신 승합차를 구입하기로 마음먹었다. 지속되는 고유가 탓으로 기름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은 승합차를 검토한 것이다. 육아 등의 문제로 부모님과 한 집에 살게 되면서 자동차를 이용하는 식구가 늘어난 것도 배경이 됐다.손씨가 눈여겨 본 차량은 도요타 시에나. 넓은 실내와 안락한 의자, 무엇보다 많은 식구가 탈 수 있는 점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계약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 그는 전혀 예상치 못한 영업직원의 말에 포기하고 말았다.그가 찾는 모델인 2700cc 시에나 LE 모델 재고는 국내에서 바닥난 데다, 인도시점 역시 현재로서는 정확히 알기가 어렵다는 설명 때문이다.영업사원은 "상위급인 3500cc모델이 시에나의 주력"이라는 점을 강조했지만 가격을 비롯한 사양이 부담이라 제외했다. 4000만원이 넘는 차값을 고려하면 기다려서라도 마음에 드는 모델을 구입하고 싶지만 당장 차를 이용해야하는 만큼 선뜻 계약할 수 없었다. 손씨는 "승합차 재고 물량이 없을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도요타 시에나

올 들어 국내 승합차 시장이 질주하고 있다. 불황에다 기름값이 높아지면서 비교적 많은 인원을 태울 수 있는 승합차가 경차와 함께 인기 차급으로 부상하고 있다. 승합차는 일반기업에서 업무용, 접대용으로 주로 사용되는데 최근 들어 개인고객도 유지비 등을 이유로 구매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지난해 11월부터 국내 시장에 판매되기 시작한 시에나는 월별 목표치인 50대를 넘어섰으며 전통있는 국산 승합차인 기아차 카니발은 지난달 국내 판매치가 올 들어 사상 최대인 2724대를 기록했다.특히 한국토요타는 시에나의 인기가 예상 밖이라는 반응이다. 회사 관계자는 "3500cc인 시에나 리미티드가 주력모델이라 미국 공장에도 이 모델을 대부분 주문했다"면서 "2700cc 모델 재고가 부족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고 말했다. 승합차 재고가 달려 계약물량을 인도하지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올 들어 지난달까지 시에나의 국내 판매대수는 207대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2700cc인 시에나LE는 1월 5대에 불과했지만 지난달에는 16대가 판매됐다. 도요타 딜러의 영업직원은 "동호회를 중심으로 판매가 급격히 늘었다"면서 "이달 역시 개인고객을 중심으로 시에나LE가 집중 계약됐다"고 말했다. 이 직원은 "계약문의가 꾸준히 들어오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언제쯤 물량이 국내에 들어올지 알기가 어렵다"고 덧붙였다.이에 대해 수입원인 한국토요타 관계자는 "2개월 후에는 신차를 받을 수 있다"면서 "계약은 정상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기아차 카니발

기아차 카니발 역시 올 들어 상승세다. 올 1~4월 내수 판매대수는 9681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22% 늘었다. 매달 2000~3000대의 판매고를 유지하는 스테디셀러지만 올해 실적은 더욱 두드러지는 양상이다.기아차 관계자는 "승용차를 고려했던 고객이 유가에 대한 부담과 이동의 편의성 등을 이유로 카니발을 선택하는 사례가 종종 나타나고 있다"면서 "불황이 판매에 한 몫 한다는 게 내부적인 분석"이라고 밝혔다.카니발은 수동모델의 경우 연비가 14.5km/ℓ에 달할 정도로 웬만한 중형 승용차보다도 기름 소모가 적다. 특히 디젤차에 대한 인식이 크게 바뀐 점도 카니발 판매에 일조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2280만원 선부터 시작하는 합리적인 차량 가격이 최근 경제상황과 맞물려 어필되고 있다는 게 회사 측의 판단이다.회사 관계자는 "카니발이 9~11인승이라 많은 인원을 태울 수 있고 고속도로 버스전용차로를 이용할 수 있어 승용차 보다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편의사양 역시 승용차 못잖은데다 가격대가 2280만원부터 3000만원대 초반을 형성하고 있다는 점도 고객을 끄는 요인으로 꼽힌다.그렇다고 승합차가 무조건 잘 팔리는 것은 아니다. 크라이슬러 그랜드보이저는 차값이 6000만원에 달하는 데다 연비가 7.9km/ℓ로 상대적으로 낮아, 경쟁모델 보다 판매대수 역시 적다. 올 1~4월 국내 판매대수는 22대에 불과하다.최일권 기자 igchoi@<ⓒ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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