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정석희 (칼럼니스트)
편집. 이지혜
결벅증에 소심한 큰 아들에 뺀질뺀질 남 놀리기 좋아하는 작은 아들까지, 합가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생판 남으로 살아온 누군가와 한 공간에서 숙식을 함께 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큰아들 진행 씨는 이미 예감하는 모양이던데 진행 씨의 도를 넘는 결벽증과 사사건건 부딪힐게 분명한데다가 둘째 아들 기우(이기우) 씨의 뺀질뺀질한 면면들도 밖에서 볼 때와는 다르게 은근히 속을 뒤집을 겁니다. 무엇보다 이제는 배우자가 되신 류정우 씨, 이 분 참 답이 안 나오는 분인데 아직 진면목을 보지 못하신 것 같더군요. 뭐 이제 차차 아시게 되겠지만요. 짐작컨대 뒷목 잡으실 일이 꽤 잦으실 거예요. 그럼에도 제가 두 분의 결혼을 다행으로, 고맙게 생각하는 건 한 집에 사는 시완(임시완) 군 때문이에요. 시완 군을 생각하면 그야말로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불의의 사고로 어머니를 잃고 의지할 곳 하나 없는 처지가 된 것만도 딱해 죽겠는데 가장인 정우 씨의 핍박이 오죽 심해야죠. 이거야 원 동화에 나오는 계모도 아니고 김치 한 가지로만 밥을 먹으라고 구박을 하지 않나, 그렇게 맛있다는 장어 먹으러 가면서 애를 따돌리지 않나, 모처럼 진행 씨가 가방을 사주자 그걸 굳이 본인이 들고 다니겠다며 빼앗질 않나, 필설로 다 못할 경우 없는 일들이 그간 한두 건이 아니었거든요. 물론 귀한 아들 발목 잡힐까봐 두려워하는 부모의 심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에요. 더구나 자식 사랑이 유난한 분이시잖아요. 그러나 이미 벌어진 일을 어쩌겠어요. 시완이에게 달리 갈 곳이 있는 것도 아니고 돌봐줄 인척이 있는 것도 아닌 것을요. 일부러 찾아가 봉사도 하는 마당에 아들이 지난 인연으로 집에 들인 안쓰러운 아이에게 선선히 온정을 베풀어주시면 좀 좋으냐고요. 가장 화가 나는 건요, 초를 다투며 공부에 매진해도 부족할 고3 학생에게 본인이 경영하는 파스타 집 서빙 아르바이트를 시킨다는 겁니다. 처음에는 심통 맞은 구박의 연장선이었던 건데 꽃미남 파스타 가게로 소문이 나서 손님이 밀려들기 시작하자 이젠 오이 마사지에다 옷을 사주는 등 직접 꽃단장까지 시켜주며 일터로 내모는 중이에요. 진학할 대학이 결정될 때까지 몇 달만 기다려주시면 될 텐데 참. 돌아가신 시완이 어머니(김희정)가 아시면 얼마나 가슴 아파 하실까요. 답답한 건 다 큰 아들들이 아버지의 당치 않은 행보를 도통 제어하지 못한다는 겁니다. <H3>그래도 시완 군에게는 잘된 일이길 바랍니다</H3>고3 수험생에게 아르바이트까지 시키며 구박하고 있는 정우 씨에게 따끔하게 혼 좀 내주세요.
둘째 아들 기우 씨는 아무리 가족의 일이라 해도 타인에게는 무관심한 성품이지 싶고요. 진행 씨는 지나치게 유하고 소심하기 때문인지 방패막이 역할을 제대로 해주지 못하더라고요. 그새 시완이가 받은 설움이 얼마나 켜켜이 쌓여 있을지 짐작만으로도 서글픕니다. 속 깊은 아이라서 내색을 잘 안하는 거지 여느 아이 같았으면 벌써 한참 엇나가지 않았을까요? 그래서 준금 씨의 합가가 반가운 겁니다. 워낙 빈말 못하는 분이니 아직 정이 채 들지 않은 시완이를 다정하게 챙겨주시리라는 건 기대할 수 없겠지만 정우 씨의 무소불위의 권력이 무너지리라는 것만큼은 기대해도 좋지 싶어서요. “가족이 장난이에요?” 하고 어른답지 못한 정우 씨에게 호통을 좀 쳐주셨으면 좋겠어요. 상상만으로도 즐거워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