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4세중 장자 박정원 두산건설 회장, ㈜두산 회장 겸임…삼촌 박용만 그룹 회장 곁에서 보좌고 박두병 초대회장 공동소유·공동경영 원칙 이어가…"재벌가에 형제경영 본보기 제시" 평가
▲두산그룹 오너 일가 가계도
[아시아경제 박민규 기자]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이 대를 이은 형제경영 체제를 구축했다. 조카들을 끌어안으며 차기 그룹 경영권 승계의 밑그림을 그린 것이다. 경영권 이양을 놓고 형제간 다툼이 끊이지 않았던 국내 재계에 새로운 본보기를 제시했다는 평가다.두산그룹은 22일 박정원 두산건설 회장을 지주회사인 ㈜두산 회장으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박정원 회장은 두산건설 회장과 지주 회장을 겸하면서 그룹 최고경영자(CEO)인 박용만 회장을 보좌하게 된다.재계에서는 박 그룹 회장이 대를 이은 형제경영체제 구축에 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박 그룹 회장이 두산그룹의 3세 경영을 본인 선에서 마무리하고 자연스럽게 4세들에게 그룹 경영권을 넘기기 위한 순조로운 경영권 이양 준비 작업에 나섰다는 것이다. 박정원 회장은 두산가 4세 중 장자다. 박정원 회장이 두산건설의 경영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박 그룹 회장은 현장에서 그룹 실무를 도맡았던 경험을 살려 이끌어 주는 역할을 맡았다는 후문이다. 박정원 회장이 자신을 보좌하면서 경험을 쌓게 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두산가 3세 중에는 박 그룹 회장 동생으로 막내인 박용욱 이생그룹 회장이 있지만 두산그룹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고 있어 두산의 차기 CEO를 맡을 가능성은 극히 낮다.박정원 회장의 동생인 박지원 두산중공업 사장은 부회장으로 직함이 올라간다. 이 역시 그룹 내 4세 CEO의 위상을 높여 경영권 승계의 발판을 다지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오는 24일 열리는 두산중공업 이사회에서 이 같은 방안을 확정할 예정이다.두산그룹은 고(故) 박두병 초대 회장의 유언대로 '형제경영'을 이어오고 있다. 이 원칙에 따라 두산그룹은 장자 승계를 바탕으로 형제들이 돌아가면서 경영권을 맡는 방식으로 유명하다. 박 그룹 회장의 이번 조치에 따라 박 초대 회장이 세운 공동 소유, 공동 경영의 원칙이 3세를 넘어 4세에도 그대로 이어지게 됐다. 박 그룹 회장은 두산가 4세인 조카들 세대까지 형제경영체제가 유지될 수 있도록 안전판을 마련하는 세심함도 보이고 있다. 그룹 지분율이 이미 4세들에게 무게가 쏠린 상태에서 지분 안배를 통해 향후 발생할 수 있는 형제 간 다툼 소지를 없앴다. 올 3월말 현재 두산그룹의 지주회사인 ㈜두산 지분율은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의 장남으로 두산가 4세의 장자인 박정원 회장이 5.35%로 가장 많고 동생인 박지원 부회장이 3.57%로 뒤를 잇는다. 박용만 회장은 3.47%로 세번째다. 박용성 회장의 두 아들도 각각 3.04%, 2.48%를 보유하고 있다. 박용현 연강재단 이사장의 세 아들은 각각 2.24%, 1.66%, 1.66%, 박용만 회장의 두 자녀 1.63%, 1.35%를 갖고 있다. 4세들이 지분을 골고루 보유하게 함에 따라 형제 회의를 통해 의사결정을 하는 아버지 세대들의 전통을 이어가게 한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박용만 회장은 그룹 경영권이 어느 한 쪽에 쏠리지 않도록 조카들을 떠안으며 새로운 경영권 승계 구도를 만들어 낸 것으로 보인다"며 "경영권 다툼이 끊이지 않았던 재벌가에 스스로 모범을 보인 셈"이라고 평가했다.두산그룹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정기인사의 일환으로 박용만 회장이 그룹을 총괄하다 보니 업무 부담이 많아 이를 지원하기 위해 박정원 회장이 지주부문 회장으로 선임된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박정원 회장은 1962년생으로 대일고와 고려대 경영학과, 미국 보스턴대 경영학 석사과정(MBA)을 졸업했다. 1985년 두산산업에 입사해 오비맥주 이사, 두산 관리본부 전무, 두산 상사비즈니스그룹(BG) 대표이사 사장, 두산산업개발 부회장, 두산건설 부회장 등을 역임했다. 2009년부터 두산건설 대표이사 회장과 두산베어스 구단주를 함께 맡아 왔다.박지원 부회장은 1965년생으로 경신고와 연세대 경영학과, 미국 뉴욕대 MBA를 졸업했다. 1988년 동양맥주로 입사해 미국 광고회사인 매캔에릭슨을 거쳐 두산상사 이사, 두산 상무, 두산중공업 부사장 등을 지냈다. 2007년말부터 두산중공업 대표이사 사장을 맡아왔고 2009년초부터는 두산 최고업무책임자(COO)를 겸임해왔다.박민규 기자 yushi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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