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정재혁자유기고가
편집. 이지혜
일본인의 슬픔, 기쁨, 아픔, 성공 모두와 함께 하는 맥주는 시대를 품으며 단순한 알코올을 넘어선다. <br />
일본은 탱자 만들기의 전문가다. 그 어느 나라의 문물도 일본에 오면 나름의 일식으로 변주되어 수용된다. 일본의 저널리스트 타카노 하지메는 그의 저서 <세계 지도를 읽는 방법>에서 일본을 슬롯머신의 출구로 비유했다. 그에 의하면 일본은 지리상의 위치를 토대로 서양의 음악, 미술, 영화, 음식 등 다양한 문화들을 꾸준히, 그리고 열심히 받아들여 왔다. 쇼트케이크와 나폴리탄은 일본이 서구 요리를 변형해 만든 오리지널 케이크와 파스타며, 스누피와 트위티, 그리고 체브라시카는 아마도 자국보다 일본에서 더 사랑받는 캐릭터일 것이다. 맥주 역시 마찬가지다. 1700년대 네덜란드인에 의해 처음 맥주를 접한 일본 사람들은 이후 끊임없이 맥주를 만들고 마셔왔다. 1900년대에 들어서는 대기업부터 중소기업까지 맥주 제조에 발 벗고 나섰고, 1980년대에는 경제 버블과 함께 다소 고급품이었던 맥주가 대중화, 서민화 되었다. 그리고 이들은 맥주를 열심히 공부했다. 본격적인 양조장을 만들었고, 무기 100%를 고집하는 곳도 생겼다. 도쿄 에비스의 ‘맥주 기념관’으로도 유명한 삿포로 맥주는 양조 역사 130년을 자랑한다.기무라 타쿠야는 말했다. “일본의 성장은 맥주와 함께였다.” 2011년 TV를 탄 삿포로 맥주 CM의 한 대사다. 무슨 고작 술 하나에 나라의 역사를 들먹이나 싶지만 결코 과장은 아니다. 일본에서 맥주는 1980년대 경제 발전과 함께 축포의 음료였다. 그들은 서구에 아시아의 힘을 자랑하며 맥주를 마셨다. 신나게 샴페인을 터뜨리던 시절이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일본의 거품은 아픈 현실을 드러냈다. 그리고 맥주는 하루의 피로를 푸는 회복제가 되었다. 퇴근 후 샐러리맨들은 맥주 한 잔으로 일과의 찌꺼기를 씻어낸다. 공장 노동자도, 오피스 레이디도, 취업 준비생도 하루에 구두점을 찍으며 맥주 캔을 딴다. 본래 주인이 누구였든 상관없다. 맥주에는 일본 나름의 기쁨과 슬픔, 그리고 기억과 추억이 담겼다. 맥주의 계절 여름. 일본이 다시 맥주를 마신다. 슬픔, 기쁨, 아픔, 성공 모두와 함께 하는 술이다. 시대를 품은 술은 단순한 알코올을 넘어선다. <10 아시아>와 사전협의 없이 본 기사의 무단 인용이나 도용,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10 아시아 글. 정재혁 자유기고가 10 아시아 편집. 이지혜 seven@<ⓒ즐거움의 공장 "10 아시아" (10.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