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부실대출에다 채권 손실로 이중고
[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스페인 정부가 3대 은행인 방키아(Bankia)를 국유화하고 은행권 전체에 540억 유로(한화 79조원)의 대손충당금을 추가 적립할 것을 요구하는 등 스페인 은행권 정상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역으로 이는 스페인 은행권의 부실이 크다는 방증이다. 스페인 은행들은 부동산 거품 당시 신축중이거나 완공된 주택을 담보로 대규모 대출을 했다가 2008년 금융위기 발생으로 부동산 거품이 꺼지고 대출자들이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하면서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바로 이 때문에 엘레나 살가도 전 재무장관은 “스페인 은행 개혁은 유럽과 전세계에 본보기가 될 것”이라고 장담하기도 했다.그러나 현재 상황은 그녀가 예상했던 것 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게 블룸버그통신의 진단이다. 일례로 방키아의 시가는 발행가의 40 %미만인데 45억 유로 규모의 우선준의 보통주 전환이나 70억~100억 유로의 구제금융을 받으면 주가는 더욱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곧 방키아의 주요 주주인 은행손실이 된다.더욱이 부동산 시장이 자유 낙하 중이어서 부동산 담보대출 손실은 더욱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스페인 정부가 추가로 540억 유로의 대손 충당금을 쌓도록해 충당금 규모가 1660억 유로로 늘어난다고 해도 총 3400억 유로(한화 503조8000억 원)에 이른 부동산 대출의 절반 정도를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다.1조4500억 유로 규모의 가계(6500억 유로)와 기업 대출(8000억 유로)에서 디폴트(채무 불이행)가 발생한다면 이를 감당할 돈은 한푼도 없다. 현재 2.7%인 가계대출 디폴트비율을 감안하면 충당금 규모를 스페인 정부가 발표한 것의 다섯배인 2700억 유로를 늘려야 할 것으로 벨기에 브뤼셀의 리서치그룹인 유럽정책조사연구소(CEPS)는 주장한다. 이 구멍을 메우려면 스페인의 국가부채는 거의 50% 늘어난다는 계산이다.게다가 실업률이 24.4%에 이르고 더블딥(이중침체.경기가 잠깐 회복하다 다시 침체하는 현상) 상태인데다 국채수익률이 사상 최고치에 이른 상태에서 충당금에 쓸 자본을 유치할 수 어렵다는 목소리가 높다.이같은 의구심이 스페인의 대형 우량은행인 산탄데르와 BBVA에도 영향을 주고 있고 스페인이 결국 국제기구의 구제금융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비관적인 심리를 확산시키고 있는 것이다.산탄데르 등은 억울할 수 있다. 두 은행은 수익의 대부분을 라틴아메리카 신흥시장에서 창출하고 국내 저축은행과 차단돼 있다.그렇지만 국내 은행 부실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다. 근 1년 동안 두 은행의 주가는 방키아와 나란히 걸어왔다는 점이 그 증거다. 주가 약세로 스페인 은행들의 시가총액은 약 40%나 날아갔다. 방키아 국유화 소식으로 투자자들이 우량은행과 부실은행 주가를 차별화하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문제는 구제금융규모를 아무도 모른다는 점이다. 방키아는 스페인 3대 은행이지만 부실은행은 또 있다. 10년물 스페인 국채수익률이 6%까지 올랐다가 5.84%에 있는 근본 배경이다.국제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는 스페인 은행 손실규모를 최대 3060억 유로,CEPS는 3800억 유로로 추산하고 있다.즉 그만큼의 추가자본이 필요하다고 계산하고 있는 것이다. 구조조정 전문가들은 스페인은 결국 일본과 스웨덴, 아일랜드의 뒤를 따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즉 배드뱅크를 설립해 부실채권을 정리해야 한다는 것이다.스페인 은행의 걱정거리는 또 있다.바로 국채다.스페인 은행들은 최근 몇 달 사이에 국채를 다량으로 사들였다. 스페인 재무부 통계에 따르면 2월 말까지 4개월 동안 스페인 은행권의 국채보유 잔액은 무려 32% 증가한 2310억 유로에 이르렀다. 국채수익률이 뛰면 앉아서 손실을 보는데 정부가 국채 원리금 조건을 바꾸면 또 손실을 보게 된다. 게다가 스페인 정부도 은행구제금융을 위해 채권을 추가로 방행하면 지급능력에 문제가 생긴다.로열뱅크오브캐나다(RBC) 런던 주재 애널리스트인 패트릭 리(Patrick Lee)는 “점점 더 많은 대출이 부실화되고 있는 경제에서 어떻게 부동산 대출만 논할 수 있는가”라고 묻고 “아일랜드는 손실규모를 확정하고 구제금융을 신청했는데 스페인이 외부 지원없이 그렇게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박희준 기자 jacklondo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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