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천우진 기자] 권력실세 '왕차관'으로 불리는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2일 대검찰청에 출석했다. 파이시티로부터 금품을 받고 사업 인허가를 위해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 때문이다.이날 오전 9시50분께 피내사자 신분으로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를 찾은 박 전 차관은 심경을 묻는 취재진들에게 "모든 사안에 대해 성실하게 검찰 조사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파이시티 인허가와 관련해 돈을 받고 청탁전화를 했냐는 질문에는 고개를 두 차례 저으며 짧게 "아니"라고 답한 뒤 곧장 조사실로 향했다.파이시티 인허가 비리의혹을 수사 중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최재경 검사장)로서는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에 이어 두 번째 거물급 인사의 소환이다. 검찰 관계자는 "최 전 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는 '첫 번째 넘어야 할 산'이고 박 전 차관의 소환조사는 '또 다른 산'"이라고 표현했다.대검 중수부는 박 전 차관을 상대로 이모 파이시티 대표와 브로커 이모씨로부터 자금을 받은 경위와 사용처를 추궁할 계획이다. 파이시티 프로젝트의 인허가를 담당한 서울시 측에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여부 역시 검찰이 소환조사를 통해 밝혀야 할 사안이다.박 전 차관은 그동안 SLS로비사건, CNK주가조작사건, 민간인 사찰·증거인멸 사건에 연루됐지만 모두 무혐의로 풀려났다. 검찰의 수사망을 교묘히 피해가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대검 중수부도 소환조사에 앞서 압수수색과 서울시 관련자 소환을 통해 철저히 준비해왔다.검찰은 박 전 차관이 파이시티 이 대표로부터 인허가 청탁을 위한 로비자금을 받은 점 외에 다른 업체를 통해 '세탁'하는 방법으로 비자금을 만든 정황을 포착해 수사중이다. 지난달 28일에는 이동조 제이엔테크 회장의 경북 포항시 소재 자택과 사무실 등 4곳을 압수수색했다. 관련계좌를 추적하던 중 파인시티의 수표 2000만원이 제이엔테크 이 회장측으로 흘러들어간 점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기존 알려진 '파이시티-브로커-박 전 차관' 흐름 외에 박 전 차관과 친분을 쌓은 이 회장의 역할이 밝혀진다면 금품수수에 대한 혐의도 입증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중수부는 박 전 차관의 소환을 앞두고 서울시 관련자들도 조사해왔다. 검찰 관계자는 "박 전 차관이 파이시티 인허가 사업과 관련해 서울시측에 지시한 사항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대검은 파이시티 수사 착수 후 5~6명의 도시계획국 간부들을 불러 조사했다. 박 차관 소환조사 전날인 1일에도 2~3명의 서울시 관계자들이 대검 청사를 찾았다. 박 전 차관으로부터 파이시티 사업과 관련해 직접 전화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조정실장은 이미 검찰에서 연락을 취해 소환조사를 마쳤다.검찰 관계자는 "박 전 차관 관련해서는 확인할 사안이 많아 (소환조사가) 한번으로 끝날지는 불투명하다"며 추가소환에 대한 가능성도 열어뒀다. 중수부는 소환조사를 마무리 하고 박 전 차관에 대한 사법처리 수위를 결정할 방침이다.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할 경우에는 최 전 위원장과 마찬가지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를 적용할 것으로 전망된다.천우진 기자 endorphin00@<ⓒ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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