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나라 빚 규모 넘어선 공공기관 부채

공공기관 부채의 심각성이 도를 넘어섰다. 기획재정부가 어제 공개한 공공기관 경영정보를 보면 286개 공공기관의 지난해 부채 총액은 463조5000억원으로 1년 사이 61조8000억원 늘어났다. 이미 국가채무(420조7000억원)보다 많다. 반면 자산은 전년 대비 54조1000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에만 8조4000억원의 손실을 냈다. 자산보다 빚이 더 많이 늘어난 데다 적자까지 냈으니 재무 상태는 악화 일로다.  공기업을 포함한 공공기관 부채는 이명박 정부 들어 급증했다. 2007년 말 249조3000억원에서 4년 사이 214조2000억원이나 불어났다. 공기업이 정부 사업과 위기 관리에 동원된 결과다. 예금보험공사는 부실 저축은행을 지원하느라,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보금자리주택과 세종시 건설 때문에, 한국수자원공사는 4대강 사업으로 부채가 늘었다. 한국전력은 전기요금을 현실화하지 못해 그렇다. 정부가 할 일을 대신하는 공기업이 빚을 갚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면 정부가 대신 갚아야 한다. 그만큼 국민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공기업 자산이 부채보다 많아 별 문제가 없다지만 이는 수익을 내는 경우에 해당되는 이야기다. 더구나 갈수록 자산보다 부채 증가 폭이 더 커지고 있어 걱정을 더한다. 급기야 국제 신용평가기관 무디스가 한국 공기업의 신용등급을 국가 신용등급과 별개로 책정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지난달 초 국가 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하면서도 공기업에 대해서는 그리 할 수 없다고 했다. 아직은 대부분 A1 등급이지만 별도로 평가하면 공기업 대부분의 등급이 몇 단계씩 떨어진다. LH, 한국철도공사(KORAIL), 한국광물자원공사 등은 투자 부적격 등급까지 내려간다. 공기업 신용등급 강등 사태가 현실화하면 민간 기업과 금융사 등 '한국물'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무디스의 경고를 가벼이 볼 일이 아니다. 공기업은 불용 자산을 매각하는 자구 노력을 해야 한다. 수익성이 떨어지는 사업은 접고, 민간이 잘할 수 있는 분야는 철수하는 게 옳다. 빚더미 속에서 성과급 잔치를 벌이는 행위도 삼가야 할 것이다. 정치권은 무리한 사업 공약을 자제하고 전문성이 없는 인사를 공기업 경영인으로 앉히지 않아야 한다. 전기요금 현실화도 필요하다. 공기업 부채를 국가부채로 여겨 제대로 관리할 때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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