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 '여심(女心)' 잡듯 아파트 설계한다

영화 '건축학개론'에 '필' 받은 건설사들 앞다퉈 설계혁신 경쟁

[아시아경제 진희정 기자]'서연(한가인)'은 잔디가 깔린 1층 옥상에서 행복에 겨운 발걸음을 내딛는다. 마침내 꿈꿔오던 주택을 현실화했다는 성취감에서다.주인공인 건축가 '승민(엄태웅)'이 건축주 '서연'의 취향과 욕망을 고려해 집 짓는 과정을 그리는 '건축학개론'의 영화 속 장면이다. 이 영화는 첫사랑의 완성이라는 소망을 담아내며 관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아파트 분양시장에서도 '건축학개론' 신드롬처럼 영화같은 정서를 반영한 아파트를 내놓아 눈길을 끈다. 주택 구매력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여심(女心) 공략에 나선 것이다. 이를 통해 시장 불황을 타개하겠다는 의지다. 경기침체로 아파트의 구매목적이 투자보다는 거주에 초점이 맞춰진 영향도 있다. 건설사들은 여성들이 활동하기 편한 평면부터 수납공간, 첨단시스템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의 상품설계에 고심하고 있다. 최근 순위내 청약을 마감한 삼성물산의 '래미안 용강 리버웰'에는 전 주택형 주방마다 플러그를 뽑지 않고도 스위치로 전기를 차단할 수 있는 스위치부착형 콘센트를 설치했다. 절전을 위해 가전제품의 플러그 뽑기에 신경쓰는 주부들의 마음을 배려한 것이다. 또 디지털 수신방식의 10인치 액정 TV도 제공한다. 가사를 돌보면서도 다양한 정보들을 접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거실에 설치된 월패드를 통해 놀이터 상황, 부재중 방문자를 동영상으로 조회할 수 있다. 방범 설정을 해 놓으면 비상시 알람이 울려 자동으로 경비실에 비상 신호가 전송된다. 자녀의 안전이나 귀가길이 걱정스러운 여성들을 위한 배려다. 주부들을 위한 첨단시스템을 적용해 보안에 크게 신경을 쓴 단지도 있다. 현대건설은 '강서 힐스테이트', '검단 힐스테이트 6차', '이수 힐스테이트', '퇴계원 힐스테이트' 등 최근 선보이는 아파트엔 동선에 따라 CCTV로 모니터링이 시작되고, 주차장의 LED 조명 밝기도 자동으로 조절되도록 했다. 여성들이 한적한 곳에서 느낄 수 있는 불안 심리를 해소해주기 위해서다. 강서 힐스테이트에는 작년 9월 서울 지역 최초로 한국셉테드학회에서 '셉테드(CPTED, 범죄예방 환경설계) 디자인 인증'을 획득했다. 유키(U-Key)만으로 공동현관 출입이 가능하고 무거운 짐을 들고 있어도 터치 한 번으로 현관문 도어록 잠금을 해제할 수 있어 편리하다. 롯데건설 역시 여성들의 편의를 위해 다양한 아이템을 접목시켰다. 지난달 분양에 성공한 '방배 롯데캐슬 아르떼'는 현관마다 접이식 의자를 설치했다. 여성들이 신발을 편하게 신을 수 있게 배려한 것이다. 파주 운정신도시 A14블록에 위치한 '파주 운정신도시 롯데캐슬' 전용 84㎡ 이상의 확장형에는 용량이 큰 물품을 보관할 수 있는 주방 내 넉넉한 팬트리(Pantry)를 계획했다. 문을 닫으면 주방 수납장이 노출되지 않아 미관상으로도 깔끔하고 넉넉한 수납 공간을 제공한다. 또 현관입구 복도부분의 숨어있는 공간도 수납공간으로 특화해 불필요한 용품을 정리할 수 있다. 주부자문단 자이엘라를 운영하는 GS건설은 현재 분양중인 '평택 서재자이'에 여성과 아이들을 위한 시설을 배치했다. 단지 내 조성되는 공원에는 유모차를 주차할 수 있는 조형파고라가 설치하고, 에듀커뮤니티 시설인 보육시설과 도서관 등을 등굣길을 따라 배치해 실용성을 높였다.서희건설이 경기 양주에 분양중인 '양주 덕정역 서희스타힐스'는 중소형 아파트임에도 불구하고 주부들이 선호하는 홈바형 스타일의 주방을 들여놓는다. 또 샤워부스가 아닌 욕조에도 유리부스로 공간을 분리, 물이 바닥에 튀지 않도록 했다. 주방 옆 키 큰 수납장과 현관 옆 추가 공간으로 수납을 극대화하는 센스를 발휘했다.건설업계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주부들이 경제권을 행사하는 경우가 많아 주택시장에서 여성의 영향력이 부쩍 늘었다"며 "전문적인 주부 자문단을 운영하거나 설문조사를 실시하는 등 주부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B>◆용어설명</B> CPTED(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 범죄예방환경설계를 지칭한다. 인적이 드문 지하주차장에 감시카메라를 설치하거나 이동에 맞춰 조명이 비추도록 해 여성이나 어린이 등 약자를 상대로 한 범죄를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대표적이다.진희정 기자 hj_ji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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