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 사찰을 둘러싼 의혹이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총리실 담당 주무관의 증거 인멸 시도 폭로에 이어 새로운 사찰 문건이 공개된 까닭이다. 게다가 청와대는 "공개된 2600여 문건 중 80%가 노무현 정부 때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하고 민주통합당은 '물타기'라며 맞서는 등 전ㆍ현 정권 간 진실공방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번 사건의 본질은 현 정부가 민간인을 불법 사찰했고, 그 증거를 인멸하려 했느냐 여부다. 그리고 그 몸통이 누구인가 하는 점이다. 그와 관련해 검찰 수사에서 청와대 전 고용비서관의 연루 의혹이 밝혀지는 등 총리실은 물론 청와대까지도 개입한 정황이 이미 드러난 상황이다. 사정이 이러한데 어디에서도 '내 탓'이라는 진실 고백이나 사과의 말은 나오지 않는다. 청와대가 진상은 공개하지 않으면서 "전 정권에서도 불법 사찰이 이뤄졌다"고 국면을 호도하는 것은 본질을 외면한 처사다. 전 정권에서 유사한 사례가 있었다 해서 현 정부의 불법 사찰과 증거 인멸 행위가 면책되는 것은 아니다. 전 정권을 핑계로 어물쩍 넘어갈 일이 아니다. 이제라도 사실을 밝히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는 게 온당하다. 물론 전 정권에서도 불법 사찰이 이뤄졌다면 지나칠 수는 없는 일이다. 민주통합당은 "참여정부에서는 불법 사찰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문건에는 민간인과 여야 정치인 등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문건의 내용을 모두 공개하고 실체를 분명하게 가려야 할 것이다. 진실 규명의 책무는 검찰에 있다. 사찰 문건은 2년 전 검찰이 확보했던 것이다. 당시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비난이 나오는 이유다. 검찰은 재수사에 들어가면서 "사즉생의 각오로 성역 없는 수사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헛말이 되지 않기를 바라지만 지금까지의 행태를 보면 믿음이 가지 않는다. 정치적 공방 이전에 특검 도입이 필요한 이유다. 사건이 정치 쟁점으로 변질되면 진실 규명은 물 건너갈 수 있다. 정치권은 이를 직시해야 한다. 사건의 본질을 희석시키려 한다거나 반대로 부풀리려고만 한다면 국민의 심판을 피하지 못할 것이다. 더불어 불법 사찰 의혹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던 권재진 법무부 장관은 수사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물러나는 게 옳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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