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업계 쌍두마차 녹십자, SK케미칼 글로벌 대전
[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국내 바이오업계를 선도하는 라이벌 녹십자(대표 조순태)와 SK케미칼(대표 김창근)이 미국 시장에서 진검승부를 펼친다. 양사간 승패를 떠나 한국 바이오 제품의 성공 가능성을 점칠 기회여서 업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유전자재조합 혈우병치료제를 개발 중인 녹십자와 SK케미칼은 최근 미국에서 제품을 판매하기 위한 필수 단계인 임상시험에 돌입했다. 녹십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그린진F'에 대한 임상3상 시험 진입을 승인받았다. 1∼3상으로 나뉜 임상시험 중 제품 허가를 위한 최종 단계다. 그린진F는 2010년 녹십자가 세계 3번째로 개발에 성공한 3세대 유전자재조합 A형 혈우병치료제로 국내 판매는 지난해 시작됐다. 녹십자 관계자는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임상3상을 시작해 2014년까지 미FDA로부터 품목허가를 획득한다는 계획"이라며 "본격적인 제품 공급 시기는 2015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경쟁 상대인 SK케미칼은 녹십자보다 한 발 앞서 임상시험에 돌입했다. 'CSL627'의 임상1·3상 동시 승인을 이미 획득하고 본격적인 시험에 돌입한다. CSL627은 SK케미칼이 개발해 2009년 호주의 CSL에 기술 수출한 바이오신약이다. 개발은 CSL이 주도한다. 세계 혈우병치료제 시장은 6조원 규모다. 미국만 2조원이다. 미 FDA가 허락한 임상시험을 완료하고 제품허가까지 받으면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어디에서도 품질을 인정받는다. 상업적 성공 가능성에 대해 녹십자는 '안전성'을 장점으로 꼽았다. 녹십자 관계자는 "동물 유래 성분을 사용하지 않는 세계적인 추세에 맞춰 아미노산을 대체 사용해 안전성을 향상시켰다"고 말했다. 판매 허가만 받으면 미국 시장에 곧바로 공급할 수 있도록 전문 공급업체 ASD헬스케어와 계약도 체결했다.SK케미칼의 장점은 '편의성'이다. 회사 관계자는 "기존 제품과 다른 분자구조로 생체 내 결합력을 강화했다"며 "몸속에 남아있는 기간이 길어 투약 횟수를 줄여주는 장점도 있다"고 말했다.양사는 미국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엎치락뒤치락 하는 라이벌 관계다. 주로 백신 분야에서 경쟁해왔다. 백신 1위 업체 녹십자는 2009년 정부 지원금을 받아 전남 화순에 국내 최초의 백신공장을 지으며 승기를 잡았다. '때마침' 터진 신종플루 이슈로 대박을 터트리기도 했다.주도권 싸움에서 뒤진 SK케미칼은 우회 전략을 택했다. 무작정 녹십자를 따라가지 않고 '세포배양방식'이란 새로운 백신 사업에 뛰어들었다. 녹십자는 유정란을 이용한 전통적 배양방식을 사용하는데, 이에 비해 세포배양방식은 생산기간을 2~3개월 가량 줄일 수 있다. 인플루엔자가 갑자기 대유행할 경우 더 빨리 백신을 공급할 수 있는 것이다. SK케미칼은 2013년 완공을 목표로 경북 안동에 1억 4000만 도즈(1회 접종량) 규모의 백신공장을 짓고 있다. 이 공장이 생기면 국내 백신공장으로는 최대 규모가 된다. 박혜정 기자 parky@<ⓒ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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