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저詩]김광림 '이중섭 생각 5' 중에서

북에서는 사물을 정직하게 그리지 않는다고/주관을 과장한다고 /공포감마저 자아낸다고 /인민을 기만하는 적으로 그를 몰아부쳤는데/남에서는 천진무구한 동심의 소치를/자연인의 벌거숭이 자태를 자유분방한 희화를/음탕한 춘화로 몰아 그의 그림을 제거하기도 하였는데 (……)
김광림 '이중섭 생각 5' 중에서■ 김광림은 17살 때 함경남도 원산에서 이중섭을 처음 만났다. 중섭의 첫 아이가 죽었을 때였다. 두 사람은 함께 잠을 자고 있었는데, 새벽에 일어나보니 그가 보이지 않았다. 옆방에 가봤더니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학을 타고 날아다니는 아이, 아버지 목에 매달려있는 아이, 게가 아이의 아랫도리를 물고있는 모습. 왜 이런 걸 그리느냐고 물었더니 "팔삭동이 아들이 저승갈 때 동무 하라고 그려준다"고 했다. 김광림은 군 장교시절 럭키스트라이크 양담배 은박지를 모아 그에게 주었다. 중섭은 그것에다 그림을 그렸다. 유명한 은지화(銀紙畵)들이다. 화가는 어느 날 말했다. "내 그림은 다 가짜야." 그러면서 불태워달라고 했다. 이걸 구한 건 김광림이었다. '이중섭 생각 5'는 남에도 북에도 손가락질 받았던 분단의 모순을 담았다.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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