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매니저의 과욕 '가짜펀드'가 부른 가족파탄

[아시아경제 서소정 기자]채권펀드매니저 한 사람의 과욕이 온 집안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한 유명투자회사 배모 차장은 2003년부터 가족과 친지들로부터 돈을 받아 본업인 채권이 아니라 선물옵션 투자에 나섰다. 하지만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자 이를 메우려 배 차장은 '가짜 사모펀드' 아이디어를 떠올렸고 결국 유혹을 떨쳐내지 못했다. 그는 주로 본인의 가족과 함께 처가 식구들에게 고수익률이 보장된 사모펀드가 있다며 '원금보장+연 10% 확정 수익률'을 제시했다. 친인척 20여명은 개인통장으로 입금하라는 배 차장의 요구를 이상하게 여겼지만 그를 믿었기에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십억원이 넘는 금액을 송금했다.배 차장은 이 자금을 선물옵션 투자에 나섰지만 다시 실패했고 다른 친인척이나 지인들로부터 자금을 유치받아 이자를 지급하는 전형적 금융사기방식인 '돌려막기'를 시도해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행각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 곳에서 밟혔다.배 차장의 가짜 사모펀드에 투자한 후 매월 확정 수익금을 받아 오던 한 친인척이 투자사의 모은행을 찾아 창구직원에게 "자신이 진짜 좋은 상품에 가입해 있고 원금보장에 연 10% 수익률을 내고 있다"고 자랑한 것. 이 직원은 이를 흘려듣지 않고 상부에 진짜 이런 펀드가 있는지 조사를 요청했다. 결국 은행과 투자회사는 배 차장에 대한 뒷조사를 통해 그가 '가짜펀드'를 운용중이라는 사실을 확인해 경찰에 고소했다.자체조사에서 배 차장은 지금까지 투자자들에게 돌려주지 못한 돈이 약 40억원이라고 했지만 경찰조사결과 그 금액이 훨씬 커질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배 차장이 몸담았던 투자회사 관계자는 "회사 인장을 도용했거나 업무 프로세스상 발생한 사건이 아니기 때문에 회사에서 책임을 질 수 있는 부분이 없는 개인 금융사고"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원금보장에 연 10% 확정수익률이라는 투자 조건을 철썩같이 믿었던 배 차장의 친인척들이 상당한 충격을 받은 것은 물론, 경제적으로도 어려움에 처해 있다"며 "일부는 개인적으로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덧붙였다. 한편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배 차장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으로 27일 구속하고 여죄를 캐고 있다.서소정 기자 ssj@<ⓒ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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