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50년, 와인은 불안한가

[아시아경제 채정선 기자]<u>미국 어느 프로그램에서 푸아그라를 그렇게 먹고도 심혈관계 질환이 낮은 프랑스인이 ‘와인’을 마셨다는 것을 방송한 이후. 그리고 그 덕에 미국 와인 매출이 40% 신장한 것을 목도한 이후. 유독 와인이 건강과 직결되어 거론되는 이유가 궁금하다. 사람들은 확실히 와인이 건강에 유해하다 혹은 무해하다란 끝없는 증언들에 반응하고 있다. 최근 ‘와인에 담긴 과학’을 출간한 강호정 연세대학교 공과대학 사회환경시스템 공학부 교수를 만나 이러한 이슈들을 정리했다. 그의 대답에는 와인이 심장에 좋은가 나쁜가, 나아가 미래의 와인 시장은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에 대한 답이 들어 있다. 어쩌면 와인에 대한 몇 가지 불안, 그리고 궁금증이다. </u>
▷ 와인은 심장에 좋은가? 전 세계적으로 많은 수의 와인 관련 논문이 쏟아져 나온다. 특히 보르도는 와인 산업 규모가 크기 때문에 연구에 투자를 많이 하고 있다. 발표되는 논문들을 두루 살펴보자면, 몸에 좋다 나쁘다를 규정하기 애매하다. 딱히 뭐라 결론 내리기 어려운 결과인데 일례로 ‘건강에 좋다’는 것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도저히 불가능한 양의 와인을 먹고 살아야 한다는 식의 결론에 도달하기 때문이다. “이제 좋거나 나쁘다고 할 시기는 지났다. 간을 생각해 적당히 마시면 좋은 것이라는 정도로 인식할 때가 아니겠나. 만일 아주 마시지 않거나 조금 마시거나 많이 마시는 세 개의 경우가 있다면 어떤 게 건강에 이로울 것 같은가? 조금 마시는 경우다. 조금, 그러니까 적당히. 이유는 심리적 요인에 있다. 스트레스가 발병에 기여하는 부분이 있으니 이를 완화시켜줄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와인에 담긴 과학'을 출간한 강호정 연세대학교 공과대학 사회환경시스템 공학부 교수의 말이다. 또 그는 그의 저서에 적은 바대로 "레드와인이 건강에 좋다는 논의는 그저 와인이 지닌, 즐길 가치 수십 가지에 또 하나가 보태졌다는 데 의의를 두라"고 전한다. 결국 발표되는 많은 논문을 바탕으로 해도 가릴 수 없는 호불호라면 마음이 이끄는 대로 가는 것이 좋겠다. ▷ 건강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한 유기농 와인 와인을 분석하고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는 동안 와인 생산자들은 건강과 생산 방법, 마케팅을 동시에 고민했다. 이미 지금의 유기농산물은 단순한 환경 보전 운동 이상의 단계다. 유기농 농산물이 시장성을 갖게 되면서 농민들에게 수익을 가져다주는 농업 작법으로 활용되고 있다. 유기농에 대한 수요가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면 와인도 마찬가지다. 와인 역시 유기농 와인이 등장했고 그 가치를 인정받아 고가에 거래되고 있다. 이것은 와인에도 농약이 검출된다는 일부의 불안감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유기농법으로 바이오 다이내믹이라는 게 있다. 무절제하게 사용된 비료와 농약 때문에 토양의 질이 현격히 떨어지면서 대안으로 제시된 방법이다. 이 농법은 농경지를 하나의 유기체로 간주하는데 여기에는 우주까지도 포함한다. 별자리를 고려해 씨를 뿌리는 시기를 결정하는 등 무척 조심스럽기도 하다. 현재 최고급 와인을 만드는 생산자들이 바이오 다이내믹 농법을 많이 따르고 있다. 부르고뉴의 도멘 르루아(Domaine Leroy), 루아르의 샤또 드 로슈모랭 (Chateau de Rochemorin)등이 바이오 다이내믹으로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바이오 다이내믹스 농법으로 만든 와인은 비싸고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입고 소량 생산해 비싼 가격에 팔려나가고 있다. 부르고뉴 르루아의 와인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여기서 과연 유기농 이전에 잔류 농약의 유해성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와인도 농산물이니 잔류 화학 물질이 ‘0’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건 그 잔류량이 인체 허용치를 넘었느냐 넘지 않았느냐를 생각해 봐야 한다. 농약이 검출됐다는 것과 그것이 유해하다는 건 다른 이야기라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최근 와인에서 농약이 검출됐다고 해 떠들썩했던 적이 있는 바, 바이오 다이내믹을 설명하며 강호정 교수가 지적하는 바다.
▷ 기후 변화와 와인의 미래 전 지구적 기상 이변은 많은 걸 바꿔 놓았다. 기온이 상승하고 강수량이 변하면서 기후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농작물이다. 국내의 경우만 해도 농촌진흥청이 공개한 결과에 따르면 사과의 경우 겨울철 기온이 상승하면서 1997년 3만 7452㏊이던 재배면적이 10년 만에 3만 2853㏊로 4599㏊가 감소한 가운데 주재배지는 대구에서 예산으로, 안동 및 충주에서 강원도 지역인 평창, 정선, 영월로 북상했다. 와인을 만들기 위한 포도 품종들도 마찬가지다. 2003년의 부르고뉴는 1370년 이래 이례적인 이상 고온을 기록한 바 있다. 이것은 이상 고온이자 앞으로의 ‘위기’로 기록된다. 기록적인 이상 기온이 아니라도 짧게는 수년에서 길게는 십 수 년간 서서히 상승한 기온은 조금씩 포도의 당도를 높여 왔다. “당도가 높아지면 결국 와인의 알코올 함량이 높아진다는 얘기와 같다. 그래서 앞으로 10~20년 뒤에는 지금보다 알코올 함량이 높아져 있을 거란 예견이 가능하다”라고 강호정 교수는 말한다. 또한 와인을 위한 포도를 재배하는 지역이 점차 북상하면서 향후에는 영국의 더 많은 지역 혹은 그보다 더 북쪽으로 올라간 지역에서도 와인을 생산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품종에 따라 기온의 영향을 달리 받는다. 카베르네 프랑, 피노 누아 등은 온도 변화에 민감하고 세미용, 샤르도네, 시라즈 등은 비교적 덜 영향 받는다. 기후 변화로 인한 병충해 역시 예측하기 힘든 큰 장애물이다. 전문가들은 어쩌면 2050년이면 오스트레일리아 와인의 품질이 80% 가까이 떨어질 것이란 비관적인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토양을 분석해 필요한 환경을 구성하고, 가보지 않고도 인공위성으로 최적의 재배지를 확인할 수 있는 지금의 단계에서 재배지는 끊임없이 대체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 정도로 과학이 발전했다고 한들 와인 산업에 드리운 초조함은 해갈되기 역부족인 것이 사실이다. ▷ 미래의 예견, 와인에의 투자 기후 변화에 따른 가장 큰 타격은 프리미엄 와인이 될 것이다. 특히 오퍼스 원과 같은 초고가 와인이 생산되는 캘리포니아 지역은 직격타를 입게 될 것이다. 폭염이 지속된다면 더 이상 캘리포니아에서 와인용 포도를 키우기 어려울 날이 올 지도 모른다. 그러니 50년 후를 예견했을 때, 같은 와인을 더 비싼 값에 마시게 되거나 지구상에서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는 프리미엄 와인이 생겨날 것이다. 이러한 예견이라면 프리미엄 와인에 투자하는 것을 고려해 볼 수 있다. 특히 캘리포니아 와인은 더욱 귀해질 것이니 이곳 와인을 사두는 것은 투자 가치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또 기온이 낮고 와인 수요가 많은 영국과 같은 지역이 앞으로 새로운 와이너리로 각광 받게 될 것이란 것도 예측 가능한 투자 정보다.

▲ 강호정 교수가 집필한 '와인에 담긴 과학', 사이언스 북스 출판

<u>강호정 교수</u> 와인이 좋아서 즐기기 시작했다. 그러다 ‘와인에 담긴 과학’까지 출간하게 됐다. 책은 와인에 얽힌 15가지 과학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흙과 테루아, 코르크에서 와인으로 달리는 자동차까지 흥미로운 과학 이야기를 와인에 풀어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서울대학교 미생물학과와 동 대학교 환경대학원에서 수학한 후 영국 뱅거 소재 웨일즈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연세대학교 공과 대학 사회 환경 시스템 공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스타일부 채정선 기자 est@ⓒ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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