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없는 캐디가 있습니다.고객 네 분께서 하소연하시 듯 내뱉는 불평과 불만에도 묵묵부답 말이 없는 캐디였습니다. 고객님들께선 "언니 벙어리야? 왜 말이 없어?"라고 물어보며 캐디가 한마디라도 거들어 주길 바라지만 여전이 입을 꾹 다뭅니다. 전날 밤 많이 내린 눈 때문에 페어웨이에 여전히 가득한 눈을 보고 화가 잔뜩 나신 고객들께서는 화풀이라도 하듯 자꾸 캐디를 잡으십니다. "아니 뭐야, 이게 눈을 치운 거야 만 거야. 이렇게 눈이 쌓였는데 눈 다 치웠다고 거짓말이나 하고 말이야"라며 캐디에게 불쾌한 감정을 표현합니다. 그리고 마치 오기를 부리듯 네 분이 모두 흰 공을 사용하며 "공 잘 보고 잘 찾아라"는 말까지 곁들입니다. 저희 같았으면 고객들께 이미 한마디 했겠죠. "고객님, 흰 공을 어떻게 찾아요." 그 캐디는 그러나 말이 없습니다.라운드가 시작되고 첫 홀부터 대대적인 공 수색작전이 펼쳐졌습니다. 앞으로 전진이 안 되는 상황이 벌어졌죠.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지만 고객들께서는 또 캐디를 잡습니다. "뭐야, 이러다 오늘 안에 다 칠 수 있겠어? 볼을 왜 이렇게 못 찾아." 싫은 소리를 자꾸 하시는 고객들이 미울 법도 한데 캐디는 아무 말 없이 공만 찾고 있을 뿐입니다. 20분이 두 시간 같았던 첫 홀이 끝납니다.그런데 숨도 고르기 전 한 고객이 다음 홀 티잉그라운드 옆 카트도로를 걷다가 살짝 얼었던 얼음을 밟고 넘어질 뻔 했지 뭡니까. 기분이 좋지 않은 고객들께서는 심기가 점점 더 불편해지다가 순간 갑자기 조용해졌습니다. 카트도로에 모래를 뿌리고 있는 캐디를 보셨기 때문입니다. 네 분은 동시에 말씀이 없어지셨고 헛기침과 동시에 서로 눈치를 보며 조용히 백에서 컬러공을 꺼냅니다. 한순간 고객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만든 건 무엇이었을까요? 라운드 마칠 때까지 도로에 모래를 계속 뿌리던 그 캐디의 작은 행동은 골프장에서 들어야 할 모든 핀잔을 막아주었습니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열 마디 말보다 작은 행동 하나로 사람의 마음을 충분히 움직일 수 있다는 것, 그 캐디를 보고 깨달았습니다. 스카이72 캐디 goldhanna@hanmail.net<ⓒ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골프팀 손은정 기자 ejson@ⓒ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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