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세 주부, 대형마트서 설 차례상 장보기 동해소고기 가격 내렸지만 과일·채소는 가격올라..총비용은 작년과 비슷[아시아경제 이윤재 기자] "빠듯하긴 하지만 그래도 걱정했던 만큼은 아닌 것 같네요."설을 1주일 앞두고 마트에 장을 보러온 주부 강은영(가명·46)씨의 말이다. 설을 대비해서 차례상 준비에 나선 강씨는 걱정은 했지만 그래도 예상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아 안심하는 모습이다. 강씨는 "지난해보다 물가가 올랐다는 소식이 여기저기서 많이 나오면서 예산을 빠듯하게 짜놓았는데 생각만큼 어렵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강씨가 14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모습을 뒤쫓았다. 장을 보는 시간은 2시간을 훌쩍 넘겼지만 원했던 물건들을 모두 장만하지는 못했다.강씨의 출발지는 과일코너. 차례상에 올릴 제품으로 알이 굵은 사과와 배를 골랐는데 가격이 하나에 5000원이다. 가족들 먹을 것도 같이 챙기고 싶지만 과하다는 생각에 3개만 집어 들었다. 벌써 3만원이다. 과일코너를 떠나기 전에 설이 오기 전까지 가족들하고 먹을 귤을 골랐다. 1.5kg 팩에 든 귤이 5480원으로 그나마 가격이 저렴해 마음이 가볍다.
▲14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설을 맞아 장을 보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과일 옆에 자리하고 있는 채소 코너로 옮긴 강씨. 당근과 호박을 비롯해 대파, 마늘, 시금치, 고사리, 도라지, 무, 콩나물 까지 골라 담았다. 당근(519g·1130원), 호박 (2000원×2개), 대파(1300원), 마늘(깐마늘·990원×2개), 시금치(2단×1880원), 고사리(3170원), 도라지(5820원), 무(1480원·1개), 콩나물(1950원). 몇가지 채소는 집에 남아있는 것들이 있었지만 채소코너만 2만4590원 어치를 카트에 실었다.살짝 몸을 옮겨 밤과 대추, 곶감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밤은 800g 한봉지에 4980원인데 알이 작년보다 작아 보인다. 아쉬운대로 밤을 챙겼다. 대추는 200g에 3980원이다. 곶감은 상태가 별로 좋지 않다. 날씨가 따뜻해서 곶감이 제대로 마르지 않았다는 소문이 강씨의 머리를 얼핏 스쳐지나간다. 그래도 차례상 빼놓을 수는 없으니 카트에 옮겨 실었다. 8개 9800원. 여기서는 4만3350원. 가격은 비싼데 상품이 별로 좋지 않아 아쉬운 마음이 든다.공산품이 쌓여 있는 곳으로 카트를 밀어 옮겼다. 어느새 카트에 물건 잔뜩 쌓여있다. 튀김과 전을 부치기 위해 식용유를 하나 샀다. 900ml에 4100원이다. 밀가루는 집에 있는 것을 쓰기로 하고 눈길을 돌렸고, 계란 한판(6480원)을 카트에 또 담았다. 건어물 코너에 있던 명태포(4200원)도 얼른 챙겼다. 냉동식품 코너에서 동태전에 쓸 손질된 동태(400g·4980원)도 잊기 전에 카트로 고이 올려놓았다. 삼색전을 하기 위해 게맛살(1280원)과 햄(4860원)도 골랐다. 이렇게 다시 2만5900원이 추가됐다.산적을 할 쇠고기와 국거리, 동그랑땡에 넣을 돼지고기는 설 직전에 한번 더 장을 보기로 하고 가격만 확인했다. 다행이도 쇠고기 가격은 좀 내린 것 같지만 4만원은 필요할 것 같다. 차례상에 올릴 생선은 대형마트에서 사기에는 상태가 별로 안좋아 보인다. 수산시장을 한번은 찾아야겠다는 생각이다.한주를 보내면서 먹어야 할 반찬거리와 생필품은 아직 하나도 고르지 않았는데 벌써 12만9320원. 그래도 한우선물세트를 보니 한숨이 돌아갔다. 시댁과 친정에 각각 하나씩 선물할 계획인데 작년보다 1만원쯤 가격이 내린 것 같다. 2만원의 여유가 생긴셈이다.
▲14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설을 맞아 장을 보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고깃거리를 사기위해 4만원을 따로 챙겼고, 조기와 돔 등 차례상에 올릴 생선을 사기 위해 또 4만원을 빼뒀다. 설전날에는 떡집도 찾아 가래떡과 시루떡, 한과를 맞출 예정이다. 여기도 4만원. 총 12만원을 제외하고 이날 쓴 돈을 계산하니 얼추 25만원이 맞아 들어간 것 같다.뉴스에 나온 얘기보다는 많이 들었지만 그래도 사과와 배를 좋은 것으로 골라서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또 선물 비용에서 조금 남는 돈을 감안하면 시댁가는 길에 아이들 간식거리 사줄 돈은 남길 수 있겠다는 생각에 그나마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강씨는 "어렵긴 하지만 그래도 이래저래 살길이 생기는 것 같다"며 "경제가 자꾸만 어려워지고, 대통령도 물가를 직접 챙긴다고 하는데 실질적으로 주부들이 몸으로 느끼기에는 어려운 것 같다"고 말하며 카트를 밀고 계산대로 향했다.이윤재 기자 gal-ru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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