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정치권 물갈이' 여론이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다. 새해를 맞아 각종 언론매체에서 여론 조사를 실시한 결과 올 '4ㆍ11 총선'에서 현역 국회의원이 아닌 새 인물을 뽑겠다는 비율이 대부분 절반을 넘었다. 현역 의원을 지지하는 비율은 채 30%가 안 됐다. 물갈이 여론이 이처럼 거센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할 일을 제대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예산안 처리를 보면 답이 나온다. 국회는 지난해 12월31일 새해를 불과 38분여 앞두고 가까스로 올 예산안을 처리했다. 그나마 민주통합당 의원들은 표결에 불참했다. 헌법에 명시된 예산안 법정 처리시한(12월2일)을 지키지 않은 것은 물론 여야 합의 처리도 무산됐다. 18대 국회는 4년 연속 예산안 법정 처리시한을 어기고 여야 합의 처리에도 실패했다. 그런 중에도 여야 할 것 없이 제 잇속들은 알뜰히도 챙겼다. 지역구 예산 끼워넣기 고질은 여전했다. 한나라당 정갑윤 예결위원장(울산 중구)은 모두 573억원의 울산지역 예산을 확보했다. 예결위 간사인 민주당 강기정 의원(광주 북구갑)도 예결위 소속의 한나라당 이정현(비례대표), 민주당 주승용 의원(전남 여수을) 등과 함께 광주ㆍ전남지역 예산을 1000억원 이상 증액했다. 민원성 쪽지 예산이 1조원에 이를 정도라고 한다. 그뿐인가. 법제사법위원회는 본회의 직전 예정에 없던 전체회의를 열고는 후원금 쪼개기를 합법화하는 내용의 이른바 '청목회법안'을 기습 처리했다. 여론의 비난을 의식해 본회의에 상정하지는 않았지만 그 뻔뻔함이 놀랍다. 미디어렙(방송광고판매대행) 법은 종편 특혜 법으로 전락시키고는 그나마 연내 처리 약속도 지키지 않았다. 방송광고 시장 무법 상태는 4년째로 접어들게 됐다. 조용환 헌법재판소 재판관 선출안도 또 미뤄 헌재는 6개월째 재판관 공석 상태다. 앞으로 석 달여 뒤면 총선이다. 민심 이반에 놀란 여당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쇄신한다 하고 야당은 통합으로 새로운 정치를 펼치겠다고 부산을 떨고 있다. 하지만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정당으로 변화할지는 미지수다. 정치권을 변화시키려면 유권자가 먼저 변해야 한다. 뽑고 나서 후회하는 일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 국회 예산안 처리 과정이 국민에게 준 뼈아픈 교훈이다.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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