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부채위기로 세계 금융시장이 침체된 가운데서도 일부 미국 기업들은 발빠르게 ‘잇속 챙기기’에 나섰다. 현금난에 시달리는 유럽 지역 은행·기업들이 보유 자산을 헐값에 내놓자 미국 기업·사모펀드들이 이를 사들이고 있다고 2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유럽 금융규제 당국이 유럽권 은행들에 대한 자본확충·구조조정을 강도높게 압박하면서 이같은 현상도 가속화되고 있다. 휘 반 스티니스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는 “앞으로 18개월 동안 유럽 은행들이 시장에 내놓을 자산규모는 최고 3조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세계적 기업인수합병(M&A)전문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은 자산매입 기회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런던지사 직원 수를 늘리고 재정위기 진원지인 그리스·포르투갈·스페인에서 투자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이달 들어 KKR 런던지사 직원들은 그리스로 날아가 그리스 은행들로부터 신용대출을 받지 못해 매물로 나온 기업들의 인수가능성 검토에 착수했다. 그리스의 디폴트와 유로존 퇴출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지만 위험이 큰 만큼 예상되는 수익도 크다는 판단이다.나다니엘 M. 질카 KKR 특별그룹 공동대표는 “누구도 선뜻 나서지 못할 때가 특별한 투자의 좋은 시기”라면서 “그리스의 시장 혼란은 거꾸로 평소같았으면 찾아보기 힘든 상당한 투자기회를 만들어 내고 있다”고 말했다. 2012년 중반까지 53억유로의 신규 자본금 확충 압력을 받고 있는 독일 코메르츠방크는 세계1위 사모펀드 블랙스톤에 3억달러 규모의 부동산담보대출 자산을 매각하기로 합의했다. 이 담보 중에는 플로리다주 몬드리안사우스비치 호텔, 샌프란시스코·마이애미·미네아폴리스·시카고에 있는 소피텔 호텔 네 곳이 포함되어 있다.거대 IT기업 구글도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구글은 올해 아일랜드 국립자산관리공사(NAMA)로부터 더블린에 위치한 몬테베트로 빌딩을 사들였다. 이 건물은 아일랜드 정부가 은행 구제금융 과정에서 인수한 것이다.지난달 아일랜드 앵글로아이리시뱅크로부터 33억달러 규모의 부동산 자산을 인수한 웰스파고의 티모시 J 슬론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유럽 은행들이 구조조정으로 확연히 위축되고 있으며, 이들이 내놓는 자산은 대부분 미국에 있는 것들”이라고 말했다.미국 은행들 역시 금융시장 불안의 여파에서 자유롭지 않지만 투자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있다. 대형은행 JP모건체이스는 3분기 실적에서 타격을 입었지만 오히려 유럽 은행들에 대한 대출 규모를 늘렸다.유럽 투자는 분명히 상당한 위험을 안고 있다. 유럽 국채에 과도하게 투자했다 파산한 MF글로벌이 단적인 사례다. 또 미국 금융권은 지난 세계금융위기 당시 서브프라임모기지론 거품 붕괴의 충격을 완전히 떨치지 못한 상태다. 하지만 적어도 현 시점에서 미국 기업·은행들의 전반적 체력이 유럽보다 낫다는 점이 이같은 공격적인 투자의 동력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크리스토퍼 코토프스키 오펜하이머펀드 애널리스트는 “지난 금융위기 당시 미국 금융권은 정부로부터 혹독하게 자산가치 상각·신규자본 확충·배당금 지급 중단 등의 수술을 받았지만 유럽 은행들의 구조조정은 상대적으로 지지부진했다”고 지적했다.김영식 기자 grad@<ⓒ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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