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신문의 인물 동정란에 같은 부대에서 근무하는 세 쌍둥이 이야기가 소개된 적이 있다. 일란성 쌍둥이인 이들 삼형제는 외모와 출신학교, 심지어 장래 희망까지 똑같다는데, 구분이 어려운 생김새 탓에 부대 내에선 웃지 못할 일들도 벌어지지만 돈독한 형제애를 과시하며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또 올 초에는 톱스타 현빈이 해병대에 입대하면서 화제가 되었고, 얼마 전에는 미국 국적을 포기하고 입대한 청년이 소개되기도 했다. 그 밖에 3대가 현역 근무를 한 병역명문가 이야기며 적극적으로 질병을 치료한 후 군에 입대한 사례 등이 가끔씩 신문 지면을 장식하곤 한다. 이런 뉴스를 접하면서 대한민국 청년으로서 자랑스럽게 병역을 이행하는 모습들에 흐뭇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안타까운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병역의 의무는 초등학교 6학년 사회 교과서에 실린 것처럼 국민의 의무 중 하나다. 즉, 대한민국 남자라면 누구나 병역을 이행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이런 당연한 의무를 수행했다고 신문에 실린다는 것이 좀 역설적이지 않은가? 이는 결국 우리 사회가 아직도 병역을 누구나 꼭 이행해야 하는 헌법이 정한 의무라고 인식하지 않거나 그 정도가 약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일부 여론조사기관에 의하면 병역을 성실히 수행한 사람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이 매우 크다고 조사되었다. 그만큼 병역 이행에 있어 불평등한 요소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잊을 만하면 한번씩 터지는 유명 연예인들과 사회 지도층의 병역 면탈 사건은 병역 인식에 대한 우리 사회의 현주소를 말해주고 있다. 이제는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강구해야 할 시점이다. 병역 면탈자 몇몇을 처벌하는 차원이 아니라 자랑스럽고 즐겁게 병역을 이행하는 건강한 환경을 만들어, 병역 이행이 국민으로서의 의무일 뿐 아니라 내 자신의 인생 설계에도 도움이 되는 빠질 수 없는 부분이라고 인식하게끔 하는 것이다. 이런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병무청에서는 올 3월에 병역 면탈 범죄 예방을 위한 전담조직인 '병역조사팀'을 발족시켰다. 우선 면탈 개연성이 높은 중점관리 질환자의 징병검사 결과를 면밀히 조사하여 병역 처분이 변경된 사람의 면탈 여부를 확인하고, 건전한 병역 이행 문화 조성에 악영향을 끼치는 온라인상의 불건전 정보 확산을 사전에 방지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병역 면탈이 의심되는 사례에 대해서는 '확인신체검사'를 실시하고, 병무청 직원에게 특별사법경찰권을 부여하는 관련 법률을 개정 중에 있다. 또한 병역명문가를 선정하여 널리 알리고, 고위 공직자와 그 직계비속의 병역 사항 공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병무행정 설명회 개최 및 병역 가치에 대한 교육 등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선행되어야 할 것은 우리 사회의 인식 변화이다. 아무리 완벽한 제도를 시행한다 해도 이에 대한 사회적 이해와 공감이 우선되지 않는다면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성실하게 자신의 의무를 다하는 사람이 정당한 보상을 받고 존경받기보다는 오히려 손해를 본다는 의식이 팽배해 있는 한 공정한 병역 문화는 정착될 수 없다. 앞으로 우리 사회의 리더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병역을 이행해야 하고 그런 사람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가정에서는 타인과 공동체를 배려하는 심성을 가르치고, 학교에서는 시민 의식 함양을 위한 전인교육 실시에 노력하며, 사회 지도층은 스스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해 국민적 공감대 형성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우리 모두 병역에 대한 제도와 대책을 끊임없이 포폄(褒貶)하여 그 차원이 격상될 수 있도록 피나는 노력을 해야 할 시점이다. 우리나라가 새롭게 비상할 수 있는 바탕이 바로 거기에 있기 때문이다. 송엄용 병무청 병역자원국장<ⓒ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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