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영토도 못지키게 만든 '3無 대응'

[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 정준영 기자]서해 한국측 배타적 경제수역(EEZ)에서 중국 어선의 불법 어로행위를 단속하던 우리 해경이 중국측 선원에 의해 살해된 사건을 두고 우리 정부의 3무(無) 대응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중국 어선의 해적에 가까운 행위가 갈수록 수위를 높여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의 미적지근한 대처가 사태의 한 원인이 됐다는 지적이다.  우선 지적할 수 있는 것은 외교부의 중국에 대한 저자세 외교다. 이창호경장이 사망하면서 외교부는 12일 중국대사를 불러 '공개적 유감'과 '재발방지'를 요구했다. 하지만 4시간후 중국에서 돌아온 공식답변에 정부의 요구사항은 싹 무시당했다. 외교부는 이에 대해 아무런 항의를 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도 똑같은 상황이 벌어졌다.서해상에서 불법어로 행위를 하다 해경의 단속 과정에서 침몰한 중국 어선에 대해 중국 외교부의 장위(姜瑜) 대변인은 '책임자 처벌'과 '피해 배상' 등을 요구했다. 중국의 이같은 적반하장격 발언에도 외교부는 한마디도 못했다.  둘째 불법조업에 대한 당국의 미적지근한 대응이다. 올 들어 불법어로를 벌이거나 해경의 단속에 저항하다 단속된 중국선원은 58명이다. 하지만 이들은 대부분 법원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관련 처벌 조항이 미약하기 때문이다.  이와관련, 법조계에선 허가없이 우리측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불법조업하는 행위 자체를 형사처벌할 수 있게 관련 법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 벌금은 과거 4000~7000만원에서 5000만~1억원으로 강화했다. 하지만 불법조업을 통해 '한탕'해서 중국측 선원들이 버는 금액(1회 출정에 2-3억원)에 비하면 적은 액수다.  셋째 해경의 매뉴얼이 제대로 지켜질 수 없는 외교 현실이다. 해경의 중국 선박 단속 매뉴얼에는 권총이나 소총, 실탄까지 소지할 수 있다. 또 위급할 땐 발사도 가능하다. 하지만 단속현장에서는 무용지물이다. 외국 민간인을 총기로 제압할 경우 더 큰 외교마찰을 부를 수 있어 매뉴얼 실행은 엄두도 못내고 있다는 게 해경측 전언이다.  결국 중국 어선의 저항이 갈수록 흉포화하는데도 정부가 '외교갈등'을 우려해 미온적으로 대처하다 참극을 불러왔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앞으로도 이런 사건이 얼마든지 재발할 수 있어 지금이라도 관련 법이나 조항을 개정하는 게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제 합법 조업이 가능한 중국어선은 연간 1700여척에 불과하지만, 돈을 목적으로 우리 수역을 침범해 불법조업에 나서는 중국 어선은 연간 1만5000척에 달한다. 해경은 이번 사건에 연루된 중국 어선 요금어호의 선장 청다위(42)를 비롯한 선원 9명의 신병을 확보, 전원 구속수사하기로 했다. 모강인 해양경찰청장은 "이번 사건을 매우 심각한 상황으로 간주하고 향후 강력한 단속대책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양낙규 기자 if@정준영 기자 foxfury@<ⓒ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정치경제부 양낙규 기자 if@사회문화부 정준영 기자 foxfury@ⓒ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