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야권통합의 길은 험난했다. 민주당이 육탄전 끝에 야권통합(합당) 결의안을 가결시켰지만, 한 때 찰떡호흡을 맞췄던 민주당의 두 톱은 만신창이가 됐다. 손학규 대표와 박지원 전 원내대표의 이야기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12일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전날 전대 결과에 대해 "전대결과를 따르겠다"며 "열성 당원들이 의결정족수 문제를 제기하고 해석상의 문제가 있지만 저는 법적대응을 안하겠다"고 밝혔다. 당내 통합반대파는 전날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임시전당대회에선 전체 대의원 1만562명 중 과반이 안되는 5067명만 표결에 참여, 의결정족수 부족에 따른 부결이라고 주장하며 법적 대응을 예고한 것에 대한 박 전 원내대표의 입장이다. 그러면서 그는 일부 당원들의 법적 대응 방침에 대해 "제가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원외지역위원장 협의회에서 주도하는 것이기 때문에 저와는 무관하다"며 "(이들과)생각을 공유할 수 있지만 영향력을 미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민주당 독자 전대를 요구해온 전국원외위원장협의회는 이날 만나 전대 무효 가처분 소송 여부를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당 일각에선 난장판이 된 임시전대는 박 전 대표의 '몽니'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박 전 대표는 그동안 민주당 단독전대를 요구하며 당 지도부의 통합안을 반대해 왔다. 당권주자인 그는 당 지도부가 합의한 통합신당 지도부 경선룰(당원 20%, 국민경선 80%)이 알려지자 손 대표에게 강력 항의해 자신의 입장을 반영시킬 것을 요구하는 등 당권에 집착하는 구태를 보였다. 민주당 관계자는 "결과에 승복하려면 어제 전대에서 깨끗히 승복했어야 한다"며 "엉뚱한(당헌상 의결정족수 해석 문제) 것을 잡고 생트집을 잡는 것이 아니냐"고 비난했다.손학규 대표 역시 이번 전대를 통해 당 장악력의 한계를 보여줬다는 평가다. 이번 전대에선 전체 대의원 1만562명 중 5820명이 참석했고, 이 중 5067명만 투표에 참여했다. 민주당 당헌상 개의정족수는 대의원의 절반인 5281명. 반대표(640명)와 보이콧한 대의원들(753명)이 전대 자체를 불참했을 경우 개의 조차 못하는 상황인 발생했을 수도 있다. '대통합'이라는 대의명분만 믿고 우호표를 충분하게 확보하지 못해 망신을 자초하는 등 전략의 헛점을 고스란히 노출한 것이다. 한 재선의원은 "손 대표가 서둘러 통합을 추진하다 보니 절차를 간과한 측면이 있다"며 "통합 반대 쪽에 공격의 빌미를 준 것"이라고 말했다.지연진 기자 gyj@<ⓒ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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