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풀고 통합 숙제는 풀지 못한 유럽

[아시아경제 이공순 기자]유럽의 운명을 결정할 유럽연합 정상회담이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유럽 27개국 지도자들은 브뤼셀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서로의 견해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여전히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이 통신은 첫날 회담에서 재정적자폭이 규정을 넘어서는 국가에 대한 자동제재안에 대해 회원국들이 동의했다고 보도했으나, 다른 외신들은 영국과 핀란드 등 일부 국가들이 독일과 프랑스가 제안한 재정 감독안을 위한 유럽 조약 수정 및 금융 규제안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독일은 유럽안정기금(ESM)의 은행화 방안과 유로존 국가들의 공동채권(유로본드)에 대해 거부의사를 밝히고 있어, 회담 타결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에 놓여있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한 유럽연합 고위 관리의 말을 인용해, 유럽 정상들이 회원국의 2/3이상의 반대가 없는 한 재정적자 국가에 대한 자동제재를 시행하며 이를 각국의 헌법에 반영한다는 독불안에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같은 합의가 유럽연합 조약 수정을 통해 확인되어야 한다는 독일쪽 주장과 수정없이 기술적으로 해결하자는 헤르만 반 롬푸이 유럽의회 의장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어 완전한 타협에 이르지는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영국의 텔레그라프지는 영국의 데이빗 캐머런 총리가 자본거래세 등의 금융규제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 확실시된다면서 핀란드는 독불이 제안한 만장일치제 폐지안이 국민투표를 필요로 한다는 이유로 거부하고 있으며, 아일랜드는 기업의 법인세와 관련한 개혁안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이번 회의에서는 재정통합 강화 및 유럽조약 수정, 금융개혁을 아우르는 이른바 ‘그랜드 플랜’이 사실상 나오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어 가고 있다. 특히 금융시장에서 요구해온 5000억 유로 규모의 유럽안정기금의 은행화 방안과 IMF 기금출연을 통한 유로존 지원에 대해 독일이 거부의사를 명확히 하고 있어 타결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삭소뱅크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스틴 제이콥슨은 “유로존 지도자들은 ‘성장’과 ‘재무 부실’이 아니라 계속해서 ‘유동성’ 문제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서 이는 유로존 위기의 근원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유럽연합이 ‘파산’을 통한 재조직화의 길로 접어들어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이날 오전 유럽중앙은행(ECB)는 집행 이사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0.25% 내린 1%로 결정하고, 은행에 유동성 공급을 위해 자산담보부 증권의 신용등급을 낮추는 한편, 긴급대출 시한을 최장 3년까지 연장키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유동성 고갈로 부도 직전에 몰린 유럽계 은행들의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ECB의 마리오 드라기 총재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국채 매입을 확대할 계획이 없으며 IMF에 대한 기금출연도 유럽조약 규정상 불가능하다고 밝혀 유럽의 주요 증시에서 주가가 크게 하락하고, 부실 국가의 국채 신용부도스왑(CDS) 프리미엄이 급등하는 등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또 ECB 집행이사회의 금리 인하 결정도 6인 이사 전원이 동의한 것은 아니라고 밝혀, 추가적인 양적완화 조치가 어려움을 시사했다. 그는 이어 유럽 정상들이 규정을 넘어서는 재정적자를 내는 국가에 대해서는 사후 제재가 아니라, 미리 예산안을 규제할 수 있도록 하는 ‘재정 협약’을 원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독일과 프랑스가 제안하고 있는 재정 감독안은 사후조치로 내려지는 것이기 때문에 설사 유럽연합 정상회담에서 독불안이 통과되더라도, ECB가 요구하는 수준과는 거리가 있어 급격한 국채 매입 확대가 이뤄지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드라기 총재는 ECB가 매입한 국채를 계속해서 현물시장에서 매각하여 보유 총량을 일정수준으로 유지하겠다고 밝힘으로써, 대규모 통화공급 의사가 없음을 나타냈다. 미국의 경제전문방송인 CNBC는 “가까운 시일내에는 ECB의 ‘바주카’는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공순 기자 cpe101@<ⓒ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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