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사우디아라비아 채권 발행 김용환 수출입은행장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세계 3대 상인을 꼽을 때 중국인, 유대인과 함께 꼭 포함되는 게 아라비아 상인이다. 아라비아 상인은 한때 세계를 호령했던 페르시아 왕국의 후예이자, 사막을 가로질러 동서무역의 새 장을 열었다. 현대에도 이들은 건재하다. 막강한 오일파워를 바탕으로 세계 금융시장을 쥐락펴락하는 큰손들이 바로 그들이다. 아라비아 상인의 후예임을 증명하듯, 깐깐하고 매사에 치밀하다. 세계 유수 금융기관을 제치고 이들을 상대로 2억달러 규모의 채권 발행에 성공한 수출입은행의 노하우가 궁금해진 것도 그 때문이다. 여의도 수은 본점으로 찾아가 내년 사업구상을 짜느라 바쁜 김용환 행장을 만났다. <대담=박종인 경제담당 부국장 겸 금융부장> "아라비아 상인에게 '물건(채권)' 파는건 절대 간단치 않습니다. 어찌나 까다롭던지…. 비슷한 시기에 도전장을 냈던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도 고배를 마셨지요. 라마단과 하지가 겹치고, 갑작스레 왕족이 사망하는 돌발 변수도 있었습니다." 난관 속에도 수은은 아시아 금융기관으로는 최초로 사우디아라비아 리얄화 채권 2억달러 어치를 발행했다. 비결은 놀라울 만큼 단순했지만 실행은 힘든 것이었는데, 바로 인내였다. "인내심을 갖고 '프렌들리'하게 해야 한다. 너무 성급하게 하면 될 일도 망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금융감독원에서 시중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들여다봤던 김 행장은 지난 2월 수은으로 자리를 옮겼다. 새롭게 수은행장이 된 그는 중동 큰손들과의 관계맺기에 주력했다. 금융위기의 여파로 미국과 유럽이 휘청거리며, 중동이 새로운 달러 조달처로 각광받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금융회사들 중 정작 중동 금융기관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 곳은 없었다. 김 행장은 중동에 직접 날아가 그 곳 시중은행장들과 양해각서를 맺고, 70여차례나 설명회를 열었다. 다른 용무가 있어 간 해외 일정에서도 중동 금융기관 관계자들을 만나면 설득부터 시작했다. 지난 9월 국제통화기금(IMF) 총회에서 사우디 리야드(Riyad) 은행의 경영진을 직접 만나 수은 채권에 대한 투자를 권유한 것. 결국 리야드 은행은 이번 발행에 13%나 참여했다. 신뢰와 협력이 중요하다는 그의 지론이 결실을 맺은 것이다. ▲외화자금 다변화로 인한 효과는 어느 정도인가. 조달하는데 힘들었던 것은. -11월말 현재 당초 계획했던 연간 차입목표 88억 달러를 상회하는 102억 달러를 조달했다. 그중 비달러화 비중이 67억달러로 절반을 넘는다. 사우디는 물론 일본, 스위스 등 전세계 방방곳곳에서 자금을 끌어모았다. 전통적 외화자금 조달시장인 미 달러화 및 유로화 시장에서 불확실성이 심화되고 있어, 새로운 틈새시장이 필요한 상황이다. 일본, 스위스 등은 통화가 안전자산으로 인식되면서 오히려 현지 자본시장에 투자자금이 몰리는 상황보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자금조달이 쉽지만은 않다. 시시각각 금리가 변하는데다 사우디같은 중동국가의 경우 자본통제가 심하다. 현지 업체들에 대한 공사대금이라고 설득한 것이 주효했다. ▲금융기관들의 외화채권 발행이 잇따르고 있는데 이러다 내년쯤 가서 유동성이 넘쳐나는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은 없나. -정반대다. 우리은행들이 아무리 조달해도, 내년이 되면 외화자금 조달이 여전히 어려울 것이다. 일단 유럽계 은행들이 자금을 주기보다는 상환받으려 할 것이다. 불황이 쉽게 해결되지도 않을 것이다. ▲수출입은행장으로 와서 가장 먼저 한 일은 무엇인가. -처음 와서 보니 전체 업무를 조종하는 부서가 없어 총괄팀을 신설했다. 행내 각 부문이 자기 할 일은 잘 하는데, 그것을 하나로 모아주는 기능이 없었던 것이다. 투자은행(IB) 업무를 하기 위해 금융자문실도 신설했다. 금융자금융위기 이후 IB들이 장기 프로젝트를 꺼려, 우리가 스스로 금융자문을 하고 컨소시엄을 끌어들일 필요가 있었다. 해외 프로젝트 1건당 20억~40억 달러 규모로, 한 건만 해도 20억원을 벌 수 있다. 올들어 이렇게 200억원을 자문료로 벌어들였다. 이제는 금융자문실에 시중은행 IB담당자들이 와서 경험을 쌓고 갈 정도다. ▲최근 아시아 개발도상국에 원조를 늘리고 있는데. -올해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을 1조1000억원 지원했는데 내년에는 그 규모를 늘리고 담당 인력도 확충할 생각이다. 수요가 넘쳐난다. 몇 번이고 해당 국가를 방문해 논의를 진행했다. 농업 지원, 병원ㆍ학교 건설 등에 우선순위를 정해서 자금을 배정하고 있다. 이렇게 지원한 나라에는 우리 기업들의 진출도 더 용이해진다. 특히 해외에서는 우리 기업들이 현지인들의 고용을 늘려준다며 매우 좋아한다. ▲성동조선 문제를 두고 주주들과 채권단간의 의견이 갈리고 있는데. -지난 6월부터 성동조선 정상화 대책반(Task Force)을 구성해 경영 현황을 밀착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회사 정상화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현재 안진회계법인의 실사작업이 마무리 단계로, 이달 중 채권재조정ㆍ감자 및 출자전환ㆍ선대축소 등 강력한 구조조정 및 경영정상화 방안을 확정짓겠다. 이지은 기자 leez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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