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장사가 안 된다며 울상인데 너무 잘 팔려 걱정하는 데가 있다. 복권 사업이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2조7948억원어치가 팔렸다. 이미 연간 발행한도(2조8000억원)에 꽉 찼다. 그냥 놓아두면 3조1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급기야 감독기구인 총리실 산하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가 판매 중단을 권고하기에 이르렀다. 복권 판매를 책임지는 기획재정부 산하 복권위원회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소비자들이 반발하고 전국 1만8000여 복권방 자영업자의 생계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복권위원회는 다음 주 회의를 열어 연간 복권발행 계획을 3조1000억원으로 늘릴 예정이다. 사람들은 왜 당첨 확률이 낮다는 걸 알면서도 복권을 살까. 몇 천원어치 복권에 팍팍한 현실을 벗어날 수 있다는 기대를 건다. 도가 지나쳐 매주 수십만원을 들이며 인생역전을 꿈꾸기도 한다. 복권 파는 편의점에서 함께 취급하는 도시락과 김밥 매출이 급증한 게 2011년 우리 사회 현주소다. 지난해 가계저축률은 2.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권이다. 힘들게 일해도 나아지지 않는 현실이 사람들을 복권방으로 이끌고 있다. 그렇다고 연간 3조원 넘게 복권이 팔리는 현실을 방치할 수는 없다. 복권ㆍ경마ㆍ경륜ㆍ카지노ㆍ체육진흥특허권ㆍ경정 등 정부가 인정하는 6대 사행산업의 매출은 2000년 6조원 대에서 지난해 17조원 대로 커졌다. 사회적으로 복권을 권하는 구조는 없는지 살펴야 한다. 먼저 정부 스스로 사행성과 중독성이 낮다는 이유로 복권열풍을 방조한 부분이 없는지 반성해야 한다. 지난 7월 도입된 연금복권이 그런 경우다. 국민의 노후를 보장하는 정책을 고민해야 할 정부가 노후불안 심리를 이용해 복권 팔 생각부터 한 것은 아닌가. 정부로선 복권판매액의 40.5%가 재정수입으로 잡히니 판매가 늘수록 조세저항 없는 재정수입을 올릴 수 있다. 복권판매 주체들도 일단 팔고 나서 넘치면 한도를 조정하는 식으로 대응해선 안 된다. 복권별 연간 발행한도에 맞춰 주간 발행물량을 엄격하게 설정해야 할 것이다. 개인도 일주일에 몇 천원이라고 가볍게 보아선 곤란하다. 연간으로 따진 복권 구입금액을 다른 데 쓸 경우 얻을 수 있는 기회비용으로 바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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