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영국 은행들이 유로존 주변부 국가 은행들에 대한 대출 규모를 최근 3개월간 큰 폭으로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18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HSBC 등 영국 4대 은행들의 지난 9월 말까지 3개월 동안 은행간 대출 자금 규모가 105억파운드로 24%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남부 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부채위기가 심화되면서 지역 내 은행들의 부실화 우려가 급격히 커졌기 때문이다. 그리스·스페인 지역 은행들과의 대출규모가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최근 이탈리아를 둘러싼 시장의 불안이 반영되면서 이탈리아 은행들에 대한 대출규모도 눈에 띄게 줄었다.그 중에서도 신용대출규모가 가장 큰 HSBC는 유로존 위기국 은행들에 대한 대출 감소폭도 40%로 가장 컸다. HSBC는 그리스 은행들에 대한 대출을 완전히 없앴고 스페인·이탈리아 은행들에 대한 대출도 3분의 1로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금융감독청(FSA) 출신인 회계감사법인 KPMG의 존 페인 파트너는 “정부 규제당국은 유로존 리스크에 대한 익스포저(위험노출도)를 줄였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겠지만, 이보다 대형은행들이 은행간 거래 유동성을 줄이기 시작했다는 점을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앞으로 9개월 안에 만기가 도래하는 유럽 은행권의 부채 규모는 모두 7000억달러에 이른다. 여기에 대형은행들이 규제당국의 자기자본비율 확충 요구에 따라 대출규모를 줄이기까지 하면 업계가 우려하는 전 유럽의 신용경색사태 가능성도 커질 수밖에 없다.은행들 간의 돈줄울 뚫어주기 위해서는 유럽연합(EU) 전체 차원에서 은행간 대출에 보증을 서 주는 방법이 필요하다. 그러나 유럽중앙은행(ECB)은 여전히 부채위기국 국채 매입에 소극적인데다 EU는 지난달 정상회의 합의 이후 구체적인 이행방안을 내놓는 데 진통을 거듭하고 있다.앨러스테어 라이언 UBS 애널리스트는 “메마른 은행의 유동성을 다시 흐르게 하고 은행들의 대응상태를 ‘위기’에서 한 단계 내릴 수 있는 효과적 정책이 필요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EU가 실행 가능한 구체적 이행방안을 단기간에 내놓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영식 기자 grad@<ⓒ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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