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불사? 대마필사! : '이탈리아 구원투수 없다'

이탈리아 Too big to save..ECB '넌 너무 커 손 못대'

[아시아경제 조윤미 기자]“포기하기에는 너무 크고, 구하기에도 너무 크다”. 영국 캐미탈이코노믹스의 존 히긴스 이코노미스트는 이탈리아의 부채 위기가 왜 해결하기 어려운지를 이렇게 표현했다. 2008년 미국의 금융위기 때 은행들을 구제한 논리가 ‘대마불사’(大馬不死, Too Big To Fail)였다면, 이탈리아는 거꾸로 그 규모 때문에 살리는데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대마필사’(大馬必死): Too Big To Save)라는 것이다세계 네번째 채무국인 이탈리아의 국가 부채는 1조9000억 유로(2조6000만 달러)에 달한다. 자칫 하다가는 다른 유럽국들도 같이 넘어갈 판이다. 이점이 바로 이탈리아가 비교적 건실한 경제적 기반을 갖고 있는데도 국채 위기에 몰리는 핵심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이탈리아가 공격을 당해도 아무도 구원해 줄 수 없는 것이다. 게다가 베를루스코니 총리 내각은 이미 지도력과 신뢰성을 상실했고, 그 다음에 들어설 내각이 개혁 조치를 어느정도나 이룰 수 있는지 회의적인 시각도 한 몫하고 있다.프랑스 전 재무부 관료이자 AXA보험의 에릭 채니 선임이코노미스트는 "시장은 유로존의 책무를 테스트 하고 있다"면서 "이탈리아 위기는 전쟁의 한 가운데 있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마뉴먼트 증권의 마크 오츠왈드 전략가는 "이탈리아가 난국을 타개할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며 "이탈리아를 돕는 국가들 역시 멜트다운(melt-down)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로존 국가가 이탈리아를 지원할 수 있는 길은 현재로서는 유럽재정안정기금(EFSF)뿐이다. 히긴스 이코노미스트는 "이탈리아는 향후 3년 동안 6500억 유로를 상환해야 하며 은행 지원까지 생각하면 7000억 유로는 필요할 것"이라면서 "유럽재정안전기금(EFSF)이 시장에서 이탈리아 국채를 사들이는 방법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EFSF의 가용 잔고는 2500억~3000억 유로에 그쳐 EFSF의 화력과 이탈리라의 덩치를 고려하면 이는 미흡한 것이다. 결국 유일한 대안은 유럽중앙은행(ECB)의 개입 뿐이다. ECB가 화폐를 발행해 이탈리아 국채를 매입하는 것만이 단기적으로 폭발 직전인 이탈리아 부채 위기를 해결하는 유일한 방안이다. 이미 ECB는 700억 유로 이상의 이탈리아 국채를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시장이 요구하는 것은 그 이상이다. 그리고 사실상 공식적으로는 부인하고 있지만, 그 ‘이상’을 ECB가 실행하고 있는 것으로 시장에서는 보고 있다. JP 모건의 마이클 셈발레스트는 보고서에서 "현재까지 유럽계 은행들과 각국 정부에게 공급된 1조1000억 유로 가운데, 9700억 유로는 ECB가 제공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보고서는 "단기적으로는 이탈리아 위기를 진화할 수 있는 유일한 기관은 ECB 뿐"이라면서 나머지 1300억 유로는 IMF 지원과 유럽 각국에서 자체 조달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셈발레스트는 "가장 중요한 의문인 ECB가 앞으로 몇 년동안 수조 유로의 화폐를 발행하여 국채 위기를 막을 것인지는 알 수 없다"면서 "이같은 질문들에 대한 답이 주어지지 않는 한, 투자가들은 시장이나 이들 기관에 대해 신뢰를 가질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더구나 ECB가 이처럼 이탈리아를 막기 위해 돈을 찍어낸다면 이는 유로존 전체의 인플레이션으로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도 만만치않다. ECB의 클라스 크노트 집행이사는 "ECB는 시중 자금 환수 액수만큼은 각국 정부의 국채를 계속 매입할 수는 있으나 이같은 개입은 일시적이며, 제한적 효과만을 가진 것"이라고 한계를 분명히 했다. 또 독일쪽의 ECB 집행이사인 슈타크는 "ECB는 최후의 보루로서의 대출자가 아니다"라면서 "정부가 이같은 역할 요구한다면 ECB는 독립성을 상실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암스테르탐의 ABN암로뱅크의 닉 코우니스 거시경제팀장은 "ECB가 각국 부채를 지원하기 위해 유로를 대량 찍어낸다면 초인플레이션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따라서 크노트 이사도 "부채 위기 해결은 각국 정부의 몫"이라면서 "ECB에게 많은 것을 기대하지 말라"고 말했다. 대마불사를 노리고 방만하게 살다가는 대마필사를 겪게 될 것이라는 경고인 셈이다.조윤미 기자 bongbong@<ⓒ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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