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보다 입이 먼저‥어윤대 비밀유출 국제 망신
[아시아경제 김민진 기자] 해외진출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을 펼치고 있는 국내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인수ㆍ합병(M&A)의 기본원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다는 논란에 휩쌓였다. 국내 은행들은 해외진출을 위해 M&A를 적극 추진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성급한 발언이 잇따라 나오고 있는 것. 먼저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은 지난 9일 서울 상암월드컵공원 평화광장에서 열린 복지차량 전달식에 참석해 "최근 독일의 코메르츠은행으로부터 인수 제안을 받았지만 거절했다"고 말해 화를 자초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 회장은 이어 "최근 투자은행(IB)을 통해 독일 2대 은행인 코메르츠은행이 매물로 나왔다는 것을 들었지만 유럽 재정위기가 지속되고 있고 그리스와 이탈리아와 관련한 익스포져(위험노출) 정도를 알 수 없어 관심이 없다"고 발언 수위를 낮췄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KB금융은 두 차례 해명을 통해 "독일 코메르츠은행으로부터 인수 제안을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어 회장에게 직접 얘기를 들었다는 사람은 있는데 최고경영자의 답변 내용이 와전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발언의 파장은 이미 확산된 뒤였다. 금융권에서는 M&A는 신뢰와 비밀유지가 기본인데 그걸 경영진에서 공개했다면 앞으로 다른 투자은행에서도 거래 제안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신한은행 역시 이날 인도네시아 현지은행인 C은행 인수가 확정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난처한 입장에 처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인도네시아 현지은행 인수를 추진하는 것은 맞지만 여러개 은행을 두고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고 진화에 나섰다. 신한은행이 지난 4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신한금융지주 이사회에서 이 내용을 보고했는데 이후 사실이 와전됐다는 설명이다. M&A가 확정 수준까지 진척됐더라도 인수 사실이 미리 알려지면 협상력이 떨어질 수 있다. 현지 금융당국의 인수 승인도 은행들이 신경을 곤두세우는 대목이다. 박일문 한국기업평가 연구위원은 "딜이 깨졌더라도 컨피덴셜한 부분에 대해서는 원인이나 이유를 밝히지 않는 게 M&A의 기본 원칙"이라며 "M&A에 있어서 국내은행이 국제적으로 '갑'의 관계를 유지한다면 큰 영향은 없겠지만 마이너스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김민진 기자 asiakmj@<ⓒ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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