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냄새'에서 '피냄새'로

허민 위메프 대표 가차없는 구조조정 충격

허민 위메프 대표

[아시아경제 이승종 기자] 소셜커머스 위메이크프라이스의 허민 대표는 벤처 신화로 불린다. 3년 전 그는 '던전앤파이터'로 승승장구하던 네오플을 넥슨에 매각하며 차익만 2000억원 넘게 남겼다. 동료 벤처인들은 "좋은 선례를 남겼다"며 반겼고, 새내기 벤처인들은 그를 보며 제2의 허민을 꿈꿨다. 적어도 지난 17일까지는 말이다. 최근 직원 40% 가량을 내보내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한 허 대표를 두고 벤처 업계의 비난이 거세다. 경영상의 이유로 이뤄지는 직원 정리를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그 과정이 지나치게 비인간적이었다는 거다. 특히 그동안 소위 사람 냄새 나는 벤처를 강조해 왔던 허 대표이기에 구조조정 당사자들의 충격은 더하다.변화가 감지된 것은 지난 7월 그가 신임 대표로 취임하면서부터였다. 투자자에서 대표로 변신한 그는 실적을 강조하며 직원들에 대한 압박을 시작했다고 한다. 한 위메프 직원은 "이전 이종한 대표가 사람을 중시하는 회사를 원했다면 허 대표는 성과를 강조했다"며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고 전했다.예컨대 이전에는 신입 사원을 채용한 후 3개월 간 소위 씽크타임(think-time)을 운영했다. 회사 내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 하며 사내에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이었다. 허 대표 취임 후에는 씽크타임 제도가 거의 무효화됐다는 게 내부 관계자의 전언이다. 한 직원은 "한 달 안에 뭔가 성과를 보이지 않으면 자리 유지가 위태로웠다"며 "한 마디로 회사가 월급을 줘야 하는 이유를 설명해 보라는 분위기였다"고 밝혔다. 이런 분위기는 중간 관리자를 통해 일선 직원들에게까지 전파됐다고 한다.한 권고사직 대상자는 "매출 안되는 사람은 자르겠다는 말을 들었다. 효용 가치가 없으면 사내에 적을 둘 생각 말라는 거였다"고 씁쓸해했다.허 대표는 전체 직원 550명 중 200명을 내보내며 한달치 월급을 위로금으로 줬다. 하루 만에 권고사직을 통보하고 다음날 짐을 정리하는 식이었다. 이 중에는 한 달만 더 일하면 퇴직금 대상자에 포함되는, 지난해 11월 입사자 20여명도 포함돼 있다. 황은오 공인노무사는 "회사가 인원 감축을 하려면 50일 전에 대상자에게 통보하고 전환배치 등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 대표 측은 일련의 비난을 두고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벤처인만큼 고용이 불안정한 것은 당연하고, 이번 감축 역시 서로를 위한 최적의 결정이었다는 것이다. 한 경영진 관계자는 "이런 게 벤처의 특성 아니냐. 우린 공기업이나 대기업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또 "한달치 월급을 준 건 그 기간이면 어디든 취업할 수 있을 거라고 봤기 때문"이라며 "남아 있는 직원은 물론이고 향후 채용할 직원들도 언제든 정리될 수 있는 거다"고 강조했다.위메프 초창기 멤버라는 한 권고사직 대상자는 "회사가 계속 적자였으니 돌파구가 필요했으리라고는 본다"면서도 "하루 아침에 갑자기 집단 해고를 당하니 남은 건 배신감 뿐"이라고 토로했다. 한편 위메프는 이번 주부터 지방대 채용 설명회를 개최한다. 이승종 기자 hanarum@<ⓒ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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