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김정우 “해외진출? 현실적으로 모험 걸 나이는 아니다”

원래 사진 찍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는 김정우. 하지만 예비역 김정우는 달라져 있었다. 셀프 카메라 요청에도 밝은 미소로 응하는 그의 모습에 개구리 마크의 위대함을 새삼 느꼈다.

[성남=스포츠투데이 김흥순 기자]'뼈트라이커' 김정우(29·성남)가 9월21일 1년 10개월간의 군 생활을 마치고 소속팀 성남으로 돌아왔다. 김정우의 복귀는 성남에 단비였다.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은 멀어졌지만 수원과의 FA컵 결승이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김정우는 지난 2009년 군 입대 전 마지막으로 치렀던 FA컵 결승에서 수원에 승부차기 끝에 패하며 눈물을 삼켰던 기억이 있다. 절치부심. 김정우는 그렇게 2년 만에 다시 만난 수원과의 FA컵 결승을 간절히 기다렸다. 하지만 불행이 찾아왔다. 9월 25일 전남과의 복귀전서 무릎부상을 당하고 만 것. 결국 고대하던 FA컵 결승에서 그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팀의 우승을 뒤에서 바라보며 김정우는 무슨 생각이 들었을까.지난 19일 탄천종합운동장에서 그를 만났다. 그는 분명 달라져 있었다. 운동선수로는 다소 왜소해 보이는 체격. 수줍음 많고 잘 웃기만 하는 선한 남자일 거란 예상은 빗나갔다. 어느덧 팀내 고참 선수의 반열에 오른 김정우는 말 잘하고 적절히 농담을 건네는 여유 있는 남자로 변신했다. '민간인' 김정우가 말하는 축구와 사랑에 대해 진솔한 얘기를 들어봤다.
◇염색? 눈치 안보고 즐기고 싶어김정우는 FA컵에 대한 의욕이 대단했다. 갑작스런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하면서 아쉬움이 클 거라 생각했다. 이에 대해 김정우는 "전남과의 복귀전에서 이렇다 할 플레이를 못했고 부상까지 당하면서 선수들과 발을 맞춰 볼 시간이 없었다. 혼자 재활하면서 조금씩 몸 상태를 만들어 갔지만 FA컵을 앞두고 걱정이 많았다. 같이 게임을 뛰게 되면 팀에 해가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었다. 결승전 당일, 어느 정도의 움직임은 할 수 있었는데 비가 오니까 불안했다. 워밍업을 하는데 무릎이 안 좋다는 느낌이 들었다. 경기장에 들어가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없었다. 많은 분들이 도와주셔서 치료를 잘 받고 있지만 몸 상태가 100%는 아니다. 올 시즌은 생각을 접었다. 경기장에서 뛰기에는 아직 무리다. 이제 중요한 게임은 지나갔다. 감독님과 얘기를 나눠보고 몸 상태가 올라올 때까지는 쉬려고 한다"고 말했다.상무에서의 군 생활에 대한 얘기로 이어졌다. 김정우는 상무에 대해 "일반 프로팀은 사생활도 있고 운동 끝나면 집에 가고 여자 친구도 만나는 등 각자의 시간이 많다. 상무는 운동하고 밥 먹고 잠자는 모든 생활을 같이 하다 보니까 프로팀보다 더 정이 가고 서로를 챙기게 된다. 군 생활동안 자유롭지 못한 게 가장 힘들었다.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못하고 답답한 시간을 보낼 때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돌아온 김정우에게 가장 눈에 띈 변화는 염색이었다. 성격도 자신감 넘치고 여유로워진 모습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염색을 꼭 해보고 싶었다. 좋아하는 색깔이 회색이었는데 기회가 마땅치 않아 못했다. 지금 나이가 지나면 더 이상은 못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 단순해서 그런지 특별한 이유 같은 건 없다. 사실 전에는 눈치를 많이 봤다. 지금은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남들 눈치 안보고 즐기면서 하려고 한다. 운동도 그렇고 사생활도 그렇고 스트레스 안 받으면서 해보고 싶은 대로 하려고 한다. 여자 친구가 옆에서 많이 가르쳐준다."(웃음)◇나보다 더 나를 챙기는 여자친구자연스럽게 김정우는 오랫동안 연인관계를 유지해 오고 있는 탤런트 이연두(27) 씨와의 연애 스토리에 대해서도 들려줬다. 그는 "2007년 일본(나고야)에서 뛸 때 아는 형이 소개를 해준다고 해서 만났다. 일본에서 계속 연락을 하다가 성남으로 돌아오기 전 4개월 쉬는 동안 먼저 사귀자고 했다. 여자 친구는 정말 나를 잘 챙겨준다. 음식 뿐 아니라 약까지도 챙겨준다. 솔직히 아직 결혼도 안했고 그렇게까지 할 이유는 없는데 그 정도로 챙겨줄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생각한다. 항상 나한테 모든 걸 맞춘다. 진심으로 고맙다"며 애틋한 감정을 나타냈다.이어 "결혼에 대해서 많이 물어보시는데 아직 날짜를 정하지 못해 말하기가 조심스럽다. 둘이 만나면 주로 밥을 먹거나 차를 마시고 얘기를 많이 하는 편이다. 최근에는 다리를 다쳐서 발 아플까봐 쉬게끔 배려를 해준다. 빨리 치료 받으러 가라면서 데이트 보다는 몸 낫는 데 신경을 많이 써준다"고 했다.

김정우의 손에 끼워져 있는 반지가 유독 눈에 띄었다. 여자 친구 이연두씨와 처음 교제를 시작하며 함께 맞췄다는 커플링. 4년 가까이 이 반지를 끼고 다닌다는 그는 인터뷰 내내 커플링을 어루만졌다.

여자 친구는 처음 김정우와 교제를 시작할 때 축구에 대해 전혀 몰랐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김정우의 플레이에 대한 평가뿐 아니라 팀 전체에 대한 평가도 할 수 있을 만큼 전문가가 다 됐다고 흐뭇해했다. 김정우와 이연두는 이호(울산), 정조국(낭시), 정성룡(수원) 등 다른 선수들 커플과도 가끔 만나 밥 먹고 차 마시며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어릴 적 꿈이 현실로..나도 신기해운동선수로는 다소 왜소한 체격을 가진 김정우는 어떻게 축구를 시작하게 됐을까. 그는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점심시간에 밥도 안 먹으면서 친구들과 축구를 했다. 밥 먹는 시간이 아까울 정도로 공차는 게 정말 재밌었다. 어머니가 밥을 안 먹으면 혼냈기 때문에 못 먹은 도시락은 집에 가다가 버렸다. 하루는 공차고 밤에 돌아왔는데 어머니가 너무 화가 나셔서 문을 다 잠가 놓으셨다. 창문 옆에 쪼그리고 앉아있는데 나가라고 추운 겨울에 찬물을 끼얹으셨다"며 에피소드를 전했다. "어느 날 다른 학교 코치 선생님이 어머니에게 축구를 시킬 생각이 없냐고 물었다. 나는 하고 싶었지만 아버지랑 어머니가 다 반대하셨다. 정말 하고 싶다고 말씀드렸고 결국 어머니, 누나와 함께 저녁에 테스트를 받으러 가면서 축구선수 생활을 시작했다."처음 운동을 시작했을 때 김정우의 포지션은 최종수비였다. 초등학교 5학년 동계훈련 때 센터포워드로 전향했고 중학교에 올라가면서 미드필더를 맡게 됐다. 그 이후로 계속 미드필더로 뛰게 됐다. 김정우는 "워낙 잘하는 선수가 많아서 계속 공격을 했었다면 운동을 오래 못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며 웃었다.최근 모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김정우가 어렸을 적 써놓은 일기장이 공개됐다. 일기장에 김정우는 20년 후 차범근 같은 축구 선수가 돼 있을 거란 장래희망을 적어 놨다. 축구 선수가 안 됐다면 조르디 같은 연예인이 돼 있을 거라고도 써 놨다. 예쁜 여자 친구와 결혼할 거란 얘기도 있었다. 그는 "그런 얘기를 쓴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서도 "지금와서 다시 읽어보니 결론적으로 다 이뤄진 거 같아 신기하다"고 말했다. 김정우는 마른 체형 때문에 '뼈정우', '뼈트라이커'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별명에 대한 그의 생각을 물었다. 이에 대해 그는 "솔직히 어렸을 때부터 말랐다는 것 때문에 스트레스가 심했다. 특히 종아리가 가는 게 너무 싫었다. 콤플렉스였다. 그래서 지금도 정강이 보호대를 남들보다 두꺼운 것을 착용한다"고 털어놨다. 이어 "예전에는 말랐다는 표현이라고 생각해 그런 별명들이 싫었다. 하지만 지금은 관심이라고 생각한다. 성남에 있을 때 '뼈주장'부터 시작됐는데 이제는 관심인 거 같고 내 별명 때문에 즐거워하는 사람이 많으니까 지금은 웃으면서 좋게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해외진출? 현실적으로 모험 걸 나이는..김정우에게는 내년 시즌 중요한 변화가 있다.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획득하게 된다. 선수로서 어쩌면 마지막 꽃을 피울 수 있는 기회다. 사실 김정우의 전역 이후 가장 이슈가 됐던 건 내년 시즌에 대한 그의 입장이었다. 다양한 설들이 난무하고 있고 본인 스스로 그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털어놓은 적이 없었다. 김정우는 이에 대해 "개인적으로는 성남이 됐건 어느 팀이건 계약을 빨리 마무리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하지만 지금 어느 팀이든 리그가 진행 중인 상황이고 내년도 선수 영입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팀은 없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일단은 몸을 만들고 경기를 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내년도 중요하지만 지금도 분명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팀 잔류나 이적 등은 에이전트가 할 일이고 좋은 소식이 있다면 얘기해 줄 것이다. 여러 팀들과 협상중이라는 얘기를 듣고만 있다"고 밝혔다.김정우는 이어 "솔직히 외국에 나가고 싶은 생각도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모험을 걸 나이는 아니다. 체력적으로나 모든 면에서 많이 떨어지는 단계다. 신중하게 국내가 됐든 어느 나라가 됐든 중요한 건 그 팀하고 잘 맞아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컨디션이나 모든 것을 유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2014년 브라질월드컵에 대한 욕심이 나지 않느냐는 질문에 김정우는 "솔직히 자신이 없다. 남은 기간이 너무 길다. 체력이나 모든 면에서 자신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제대하고 나서 운동을 많이 쉬었다. 게임도 못 뛰고 경기력이 많이 떨어졌다. 일단 내년에 훈련을 잘 해서 어느 팀에 가든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앞으로 선수생활이 길어야 5~6년이라고 생각한다. 마음 편히 공을 찰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결혼도 해야 하고 마음이 잘 맞는 팀에서 선수로서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게 가장 중요한 목표인 것 같다"고 각오를 다졌다.스포츠투데이 김흥순 기자 sport@스포츠투데이 정재훈 사진기자 roze@<ⓒ아시아경제 & 재밌는 뉴스, 즐거운 하루 "스포츠투데이(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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