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정석희 (칼럼니스트)
편집. 이지혜
홀로된 아버지를 걱정하는 다름(왼쪽)이보다는 피터지게 싸우는 크리스탈-종석 남매가 더 실제와 가깝죠.
사실 TV 속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어른들이 바라는 아이가 태반이죠. 현실적인 아이 모습이 아니라 어른들이 원하는 대로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아이들 말이에요. MBC <애정만만세>에 나오는 법률사무소 남대문(안상태) 사무장의 어린 딸 다름(김유빈)이만 봐도 그래요. 아무리 드라마라고 하지만 유치원 다니는 어린애가 떼를 쓸 줄을 아나 울기를 하나, 늘 방긋방긋 웃으며 혼자 잘 지내다 못해 급기야 짝 없이 홀로 지내는 아빠 걱정에 새엄마 자리 물색에 나선다는 게 도대체 말이 되느냐고요. 물론 오정심(윤현숙) 씨가 사진 속의 엄마와 꼭 빼어 닮았다고는 하나 남녀 사이에 오작교 노릇을 하기엔 아이가 너무 어리지 않나요? 오히려 되바라졌다는 느낌을 주긴 해도 변주리(변정수)네 딸 세라(박하영)가 요즘 애들 쪽에 가깝겠죠. 허나 시청자 입장에서는 두 아이 중 다름이 쪽에, 비현실적인 인형 같은 아이 쪽에 훨씬 정이 가기 마련이잖아요. 우리 애가 쟤처럼 속 깊고 사랑스러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하지만 그 나이에 그렇게 속이 깊고 철이 들었다면 그게 애겠어요? 어른이지.MBC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의 버르장머리 없는 오누이 종석(이종석)이와 수정(크리스탈)이를 두고 요즘 말들이 많지만 솔직히 꾹꾹 눌러 참는 완득이보다는 다락방이며 중고 노트북을 가지고 치고받고 대차게 싸우는 그 아이들이 훨씬 사실적이긴 합니다. 그렇게 뭘 얻겠다고, 뭘 사달라고 피나게 졸라야 아이잖아요? 종석이와 같은 나이임에도 완득이는 조르기는커녕 어머니에게 신발을 사줍니다. 핏덩이인 자신을 버리고 떠났던 어머니와의 첫 대면 때 추레한 어머니의 신발을 눈여겨보았던 거죠. 보통 그 또래 남자아이라면 폭풍 같은 감정에 휩싸여 이도 저도 눈에 안 들어올 순간이었지 싶은데 완득이는 참 엽렵하기도 하지요. <H3>어쩜 그리 완득이는 속이 깊을까요</H3>완득이가 더도 덜도 아닌 동주 선생님 같은 어른으로 성장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평범하게 부모님 그늘에서 편히 자란 아이들도 어른들의 왜곡된 잣대에 상처를 입을 적이 많거늘 완득이처럼 불행 한 복판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은 오죽 억울하고 속 답답한 일들이 많겠습니까. 완득이가 단 한번이라도 어른에게 뭘 바랐던 적이 있으면 이렇게 짠하지는 않겠어요. 선생님을 죽여 달라고 하느님께 기도를 드리긴 하지만 아버지에게도 어머니에게도 뭘 바라진 않았어요. 아, 딱 한번 아버지에게 청을 한 적이 있긴 하네요. 킥복싱을 하게 허락해달라고 했었죠. 그나마 완득이 곁에 어른의 시선이 아닌, 완득이에게 눈높이를 맞춰주는 동주(김윤석) 선생님이 계셨으니 다행이었죠. 이 자리를 빌려 완득이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거듭 전하고 싶어요. 부디 우리 완득이가 더도 덜도 아닌 동주 선생님 같은 어른으로 성장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바람조차도 어른의 시선인지도 모르겠네요.